은행 안에 '노는 돈'이 넘친다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2.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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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콜금리 2.40%, 증권사엔 3.08%..한은에 '노는 돈' 10조 몰릴 듯

이 기사는 12월22일(16: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은행들이 돈 홍수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발휘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여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끼리 거래되는 하루짜리 콜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또 은행들이 남는 자금을 일시적으로 넣어두는 한국은행의 '자금조정예금'엔 싼 금리에도 불구하고 5조원이 넘는 돈이 쌓여 있다.

◇ 은행간 콜금리 2.40%로 급락..한은 RP엔 사상 최대자금 몰려



22일 자금시장에 따르면, 시중은행간 1일물 콜금리가 2.40%로 결정됐다. 한은 기준금리가 3.00%이고, 평소 거래되던 시중은행간 콜금리는 2.70%. 하루 사이에 0.30%포인트나 급락했다.

콜금리는 금융회사들의 초단기 자금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데 한은이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은행권의 초단기 자금이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으면 금리가 내려간다. 지준마감을 앞두고 금리 변동 폭이 평소보다 확대되기도 한다.

지난 18일 한은이 실시한 7일물 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입찰에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2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은에 자금 흡수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13조원만 흡수하고 28조2700억원을 다시 돌려보냈다.


이날 실시한 통화안정증권 경쟁입찰에도 은행들의 여유 자금이 대거 몰렸다. 무려 5조원에 달하는 입찰규모였지만 단숨에 소화됐다. 평소 같으면 입찰규모가 너무 커 한은이 금리상승을 부채질한다며 불평이 쏟아졌을 테지만 이날은 응찰액이 7조56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만기 28일물 통안증권은 기준금리(7일물 한은 RP금리)보다도 크게 낮은 2.65%에 낙찰금리가 결정됐다. 기준금리보다는 낮지만 실세 콜금리보다는 높고 한은이 당분간 유동성 공급을 계속할 것을 생각하면 2.65%도 감지덕지란 반응이었다. 28일물 통안증권 2조5000억원어치가 2.65% 금리로 은행에 팔려 나갔다.



◇ 한은, 자금조정예금 10조원 넘을 듯

시중은행간 콜금리가 은행 계정대금리(은대금리)인 2.53%보다도 낮아지자 콜거래는 사실상 끊겼다. 자금시장 참가자는 "자산운용사의 경우 은행계정에 그냥 줘도 연 환산 2.53%의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콜자금으로 운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남는 자금은 한은의 자금조정예금도 수북이 쌓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만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등의 자금조정예금 규모가 5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금조정예금은 은행에 자금 잉여가 너무 많을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보다 1.00%포인트 낮은 금리로 받아주는 예금이다. 현재는 기준금리가 3%이기 때문에 자금조정예금 금리는 2%가 적용되고 있다.



자금조정예금 규모는 지준 마감일에 약 10조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자금조정예금 금리가 지준 마감일에는 기준금리보다 0.50%포인트 낮은 2.50%로 바뀌기 때문에 2.40%인 콜자금보다는 0.10%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 은행 빼곤 여전히 '돈가뭄'..증권사 콜금리 3.08%

돈 홍수는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들에게는 무관한 얘기다.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간 콜금리가 급락한 것과 달리 증권사의 하루짜리 콜차입 금리는 3.08%로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높다.



한 자금시장 참가자는 "증권사의 경우 신용문제 때문에 콜금리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며 "은행간 콜금리는 급락하고 증권사간 콜금리는 그대로 있다는 게 그만큼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채권시장 참가자는 "은행들이 돈은 남지만 운용하고 싶은 대상이 한은의 RP나 통안증권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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