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토요타 71년만의 손실?..'관심이동'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12.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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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정책랠리 기대감서 펀더멘털 우려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 실적 악화 문제다.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장의 관심이 정부 정책, 유동성 랠리 등 '기대감'에 치우쳐져 있다가 다시 가장 기본적인 펀더멘털인 기업실적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옮겨갈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뉴욕 증시는 이같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다. 나스닥과 S&P는 19일 상승했지만 다우지수만 보면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다우지수는 22일(현지시간) 59.42포인트(0.69%) 떨어진 8519.69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6.25포인트(1.83%) 물러선 871.63, 나스닥 지수 역시 31.97포인트(2.04%) 하락한 1532.35로 장을 마쳤다.



일본 토요타가 71년만에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실적 악화 예고가 결정적이었다. 또 미국 약국 소매 체인 월그린의 실적 악화 소식, 지난주 말 이후 미 전역을 휩쓸고 있는 폭설과 강추위로 소매업체들의 연말 매출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졌다.

우리 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가 4분기에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컨센서스가 되고 있고 자동차 기업들은 월급도 못 주고 공장 가동을 완전 중단할 만큼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실적 추정치가 16개월 연속 하향됐다. MSCI AC(All Country) WORLD 지수 기준 12MF(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난 달보다 8% 낮아졌다. 지난 11 월에 12% 급락 이후 하향 강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7 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추정치 하향은 최대 3.33%(97 년 12 월) 수준에 그쳤고 2001 년 IT 버블 붕괴 당시에도 5.42%(01 년 10 월) 정도였으니 최근의 하향 강도는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고 한국투자증권은 설명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PBR 1배(1240pt)를 하회하는 지수 흐름에서는 수급개선과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1240선에 근접하는 지수 흐름이 나타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업이익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 차익매물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범호 대우증권 연구원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6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국내 증시가 속도에 대한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는 단기적인 지수의 추가반등 기대감을 유지하지만 점차 현실적인 고민거리도 늘어가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수가 하락하지 않고 횡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아직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살아 있음의 방증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6거래일만에 하락 반전했다.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장중 1200선을 돌파하며 고점을 높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더멘털의 개선이 없지만 증시가 횡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증시가 펀더멘털 개선의 조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당분간 각종 지표나 기업실적의 개선 조짐을 기다리는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혜린 한화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등 정책 호재로 인해 글로벌 증시는 단기적 산타랠리를 이어왔으나 경기침체 현실이 재인식될 때면 어김없이 주가는 단기 상승에 대한 실적
을 고스란히 반납했다"며 "추가 반등에 대한 지지력인 펀더멘털적인 요소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수는 당분간 정부의 정책적 호재와 경기침체의 재인식속에서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추가 반등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목소리들도 여전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자동차 구제안에 이어, 일자리 창출목표 상향 수정과 주택대출자지원을 위한 모기지금리 인하와 대출금 일부 탕감 등 오바마의 강력한 경제위기 타파 정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동성 확대와 환율 안정 등의 영향으로 개선된 외국인 순매수 기조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여 매물집중 구간에서의 소화과정이 마무리 된 후 추가 반등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차익 및 경계성 매물이 출회되고 있지만 이는 하락추세 재개가 아닌 재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로 해석된다"며 "기술적으로 저항영역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수급측면에서도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베팅을 해야 한다면 아래보다는 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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