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연내 비준, 왜 목숨거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2.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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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유지권 발동, 외교통상통일위 단독상정, 법안심사소위 회부···. 소화기까지 동원되는 거친 몸싸움과 헌법재판소 효력정지 신청까지 초래한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한나라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서두를까.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교감이 한몫했지만, 이 때문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나름대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조기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어서다.
한미FTA 연내 비준, 왜 목숨거나?


첫째, 미국의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미리 통과시켜두고, 미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를 본격적으로 압박하자는 취지다. 미 의회 입장에서도 FTA 상대국의 비준동의안 처리가 FTA 비준안 처리 논의의 전제조건이다.



여기에는 한미FTA가 경제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업종인 자동차 분야의 경우 올들어 10월까지 수출액 가운데 22.3%(60억달러)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한미FTA 발효로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 때 관세가 철폐되면 상당한 규모의 가격 경쟁력 확보 효과가 있다.

둘째, 혹시 있을지 모를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에 맞서 사전에 '저지선' 하나를 더 만들어두려는 것이다. 비준동의안을 미리 통과시켜두면 "이미 끝난 일"이라고 버틸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한미FTA의 자동차 부문 협상 내용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파산 위기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해 미 행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키로 하자 오바마 당선인이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에서 보듯 오바마 당선인은 자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 조기처리를 명분으로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결국은 미 의회가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진용이 '친 자유무역'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음이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오바마 당선인이 지난 19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지명한 론 커크 전 댈러스 시장은 미국 정계의 대표적인 자유무역 신봉자다. 앞서 상무장관에 지명된 빌 리차드슨 멕시코 주지사, 차기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된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자유무역 옹호론자들다.

오바마 당선인 역시 한미FTA의 자동차 부문 협상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자유무역의 혜택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강조한다.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도 전통적인 '보호무역' 색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집권 초기에는 한미FTA 비준 등 행정부 정책에 우호적일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미FTA처럼 쌍방 간에 이뤄지는 문제의 경우 앞장서 비준동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가협상 요구를 물리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빨리 비준동의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비준동의까지 마친 상태라도 미국이 추가협상을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비준동의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굴욕외교'가 될 수 있다며 한미FTA 조기 비준동의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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