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라는 헐값에 JP모간체이스에 넘기기로 한 데 대한 직원들의 허탈함과 항의 표시였다. 당시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31달러였다. 이후 매각가는 주당 10달러로 조정됐지만 '2달러 짜리'의 충격은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베이스턴스의 매각은 미국 금융회사들 붕괴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중소 금융회사는 물론 패니매와 프레디맥,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씨티 등 '공룡'이라고 불릴 만한 대형사들 역시 똑같은 위기에 처했다.
일요일이었지만 시장은 온통 리먼브러더스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FRB가 베어스턴스처럼 리먼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넘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재무부와 FRB, 월가 수장들이 만나 열띤 회의를 벌인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엉뚱하게도 메릴린치가 BOA에 매각된 것이다. '낙동강 오리알'이된 리먼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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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월가의 풍요로움을 일궈내던 투자은행(IB) 모델의 종언, 즉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를 의미했다.
리먼은 파산했지만 FRB는 그 뒤에도 금융권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빅2' 국책모기지업체는 이미 2000억 달러를 투입해 국유화하기로 한 상태였다.
이어 세계 최대보험사인 AIG에 152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씨티그룹은 부실자산 3000억 달러를 보증해주고 씨티에 450억 달러의 현금을 투입키로 했다. 모두가 '너무 커서 망하게 할 수 없다'(TBTF)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금융산업에선 경영자와 주주들에게 고수익이 발생하지만 손실이 날 경우 상당부분은 사회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금융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데 쏟아 부은 돈은 7조 달러, 우리돈 9000조원이 넘는다. 미국인 한 명당 2만3000달러를 짊어진 셈이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된다.
7조원 모두가 월가에 투입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11월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미국 금융회사들 손실 규모만 1조4050억 달러다. (일본국제협력은행, JBIC 자료)
이는 지난 1997~1999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역내 금융사들의 총손실액보다 3.5배나 많다. 또 캐나다 스페인 등 나라의 지난해 GDP에 맞먹는다.
하지만 이 마저도 확정된 게 아니라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비록 '월가는 이제 없다'라는 극단적 표현에도 불구, 금융 위기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일관된 지적이다.
미국 경제정책리서치센터의 딘 베이커 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전무후무할 정도로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금융회사가 파산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