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기대출 줄어든 이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2.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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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실적부진으로 감독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정부의 독려에도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중소기업의 자금수요 감소를 한 이유로 꼽았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금을 상환했다는 얘기다. 또 치솟는 연체율 탓에 은행권이 대규모로 부실채권을 상각한 영향도 적잖았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대출 되레 줄어=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 주요 은행 7개 가운데 3곳은 지난달보다 실적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3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지난달말 57조9020억원에서 이달 18일 57조845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29조5827억원에서 29조4030억원으로, 기업은행도 73조2943억원에서 73조766억원으로 감소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대외채무 보증을 받는 대가로 12월 말까지 총대출 증가액의 45%를 중기대출로 채워야 한다. 하나은행이 11월말 기준으로 42.60%를 기록하는 등 일부 은행은 의무비율을 아직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수요 줄었다"=은행권은 연말 중소기업의 자금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돌렸다. 특히 외상매출채권 규모가 이달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중소기업은 거래업체에 물품을 납품하고 1~3개월 만기의 외상매출 채권을 받는다.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은행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최근 이 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다보니 중소기업의 영업이 위축되면서 납품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일이 휴일인 관계로 외상매출채권 상환기일이 이달 초에 몰린 영향도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결제수요가 이달 초로 대거 몰리면서 4000억원가량의 상환액이 돌아와 이만큼 중기대출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결산을 앞둔 기업들이 채무를 줄인 것도 한몫했다. 대출금을 상환해 채무비율을 낮춰야 신용등급을 우량하게 유지할 수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주 2000억원의 예대상계를 실시했다. 기업들이 예금을 깨 대출을 갚아도 예금에 대해 정상이자를 줬다.

◇연체율 비상 걸린 은행=은행권의 '속사정'도 있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은행별로 올 연말 수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냉온탕식' 중기대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영업점 평가체계를 대폭 개선하고, 면책항목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종창 원장이 영업점에 중기대출을 독려하고 본점의 승인심사를 간소화하라고 당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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