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장 'DSLR'이 점령하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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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전성시대]셀프촬영·고화질 커뮤니티 '속속'

디카시장 'DSLR'이 점령하다


디카시장 'DSLR'이 점령하다
직장인 박지은씨(29)는 동호회의 월말 출사를 기다리는 재미에 한달이 즐겁다. 박씨가 가입한 동호회는 '인물출사 동호회'. 한달에 1번 정도 친구들과 만나 촬영하는 것도 즐겁지만 찍어놓은 사진을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박씨는 "은근히 경쟁심이 생겨서 그런지 사진실력이 갈수록 부쩍 느는 것같다"면서 "간혹 친구들로부터 결혼식이나 가족행사를 촬영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에 사는 김동건씨(32)는 얼마전 셀프스튜디오에서 아들 백일사진을 직접 찍었다.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스튜디오와 조명, 의상을 임대해주는 셀프스튜디오가 가까운 곳에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록 전문 사진가보다 못하겠지만 아버지가 직접 촬영해주는 게 색다른 선물이 될 것같아 결정했다"며 "나중에 돌사진도 직접 촬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SLR카메라가 대중 속으로 파고들면서 사진을 직접 촬영하는 재미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다. DSLR카메라는 쉽게 말해 뷰파인더로 보는 상이 렌즈로 보는 상과 동일한 구조의 디지털카메라로 일반 디지털카메라보다 화질과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 주로 사진 전문가들이 애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DSLR카메라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DSLR카메라 사용층이 더욱 두꺼워지고 있다. 일명 '똑딱이' 카메라처럼 사용이 쉽고 전문가가 촬영한 것처럼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는 DSLR카메라. 최근 싸고 가벼워진 DSLR카메라 신제품이 줄줄이 나오면서 DSLR카메라는 그야말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DSLR카메라 전성시대 '활짝'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DSLR카메라는 총 30만대 규모다. 전년보다 무려 30% 가까이 늘었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DSLR카메라의 대중화는 무엇보다 가격거품이 급격히 빠지면서 비롯됐다. 2~3년만 해도 카메라와 렌즈를 함께 구입하려면 최소 120만원 이상 들었다. 그러나 요즘 고급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DSLR카메라가 저렴해졌다. 일부 보급형 DSLR카메라는 인터넷에서 34만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가격만 저렴해진 게 아니다. 크기와 무게도 줄었다. 이 때문에 여성 DSLR카메라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관광지나 공원, 카페 등에서 DSLR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DSLR카메라가 일종의 '패션코드'로 생각될 정도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보급형 DSLR카메라의 정품 사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를 넘어선 상태"라며 "작고 가벼운 DSLR카메라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DSLR카메라 기능이 단순해진 것도 DSLR카메라를 선호하는 이유가 됐다. 피사체를 확인하며 촬영하는 라이브뷰 기능과 사람 얼굴을 인식해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얼굴인식 자동초점(AF) 등 기존 '똑딱이' 카메라에서만 구현된 편리한 기능이 DSLR카메라에 속속 접목되고 있어서다.

◇DSLR, 생활속에 파고든다


DSLR카메라의 대중화 추세와 맞물려 일상생활과 산업지형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전문 사진작품을 위해 스튜디오와 조명을 빌려주는 셀프스튜디오가 유행 중이다. 전문 사진작가에게 의뢰하는 대신 자신의 카메라로 멋진 배경에서 친구나 동료를 촬영해주는 신규 수요를 겨냥한 신종 사업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전문 사진작가의 전유물로 통하던 아기스튜디오 역시 셀프바람이 거세다. 다양한 소품과 의상까지 빌릴 수 있는 아기 전용 셀프스튜디오가 업계의 또다른 틈새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차를 한잔 마시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 카페'나 화려한 의상을 갖춘 '드레스 카페'도 이색 카페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DSLR카메라 대중화가 일반 사진관 중심의 스튜디오업계에 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또 DSLR카메라 열풍은 인터넷서비스 지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해 오픈한 싸이월드블로그(옛 홈2)가 대표적이다. 싸이월드 블로그는 가로길이를 최대 800픽셀 이상으로 올릴 수 있어 DSLR카메라의 사진화질 감상에 적합하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용도라면 싸이월드 블로그는 'DSLR카메라' 용도다.
 
싸이월드가 우리나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업로드되는 사진용량이 너무 작아 DSLR카메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이용자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대폭 손질됐다.
 
이와 관련, DSLR카메라 사용자의 호응 속에 싸이월드 블로그 개설수는 올초 200만건에서 12월 현재 250만건으로 25%가량 늘어났다. 싸이월드 블로그팀 채지형 차장은 "DSLR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고화질 시대로 넘어온 만큼 고화질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각광받고 있다"며 "DSLR카메라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포토 전문섹션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파란 등 주요 포털도 DSLR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온라인 포토갤러리를 앞다퉈 오픈하는 한편 블로그와 카페서비스도 DSLR카메라 사용자에 맞춰 사진을 대폭 확대해 올리도록 개편하는 등 고화질 커뮤니티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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