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매출100조…주목받는'구본무 리더십'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2.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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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창사 61주년인 올해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연다. 매출 100조원 돌파는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매출 100조원 시대를 맞는 LG (81,200원 ▼1,900 -2.29%)그룹의 감회는 남다르다. LS (134,600원 ▲3,600 +2.75%)(2003년) GS (47,250원 ▼1,050 -2.17%)(2005년) 등의 계열 분리로 몸집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더욱 강한 그룹으로 거듭났다. 불과 2년 전 일각에서 제기됐던 '위기설'도 완벽하게 털어냈다.



LG그룹의 새로운 도약은 '드러나지 않게,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LG호를 이끌고 있는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이 보인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LG, 매출100조…주목받는'구본무 리더십'


◇빛나는 '인화(人和)의 가풍'= "(경기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된다." 구 회장은 지난달 3~21일까지 각 계열사 사장들과 진행한 컨센서스 미팅(CM)에서 각사 CEO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구 회장은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추는 우리 구성원들이며 이들이 LG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그동안 강조해온 인재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내 주요그룹 총수이자 경기침체 돌파의 선봉장으로서 최근 경기침체로 인력감축 등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이번 불황을 견뎌내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


웬만해선 '사람을 내보내선 안 된다'는 구 회장의 생각은 대대로 인화를 중요시한 'LG그룹'의 가풍에 뿌리를 두고 있다. GS그룹의 허씨 가문과 57년간의 성공적인 동업관계를 유지한 뒤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화를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G그룹이 다져온 인화의 철학이 국가적인 경제 위기 함께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소탈함 +탈 격식+ 믿음 = 구 회장을 만나 본 사람들은 '한 눈'에 그의 소탈함에 매료된다. 미소 띤 얼굴에 편안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격식을 따지는 것도 싫어한다. 재벌 총수답지 않게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도 않고 외부 행사에 홀로 참가할 때도 많다.

이런 소탈함, '탈 격식'은 경영 스타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종종 넥타이를 하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소탈한 면모로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신뢰 경영'이라 할 수 있다. 한번 뽑았으면 믿고 맡긴다. 전문 CEO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줌으로써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다만 평가는 엄격하다. 권한 만큼 책임도 확실하게 묻는다. 인사도 철저하게 성과에 근거해 이뤄진다.

◇ 필요할 땐 저돌적으로= '구본무 리더십'은 다른 면모도 지닌다. 지난 2006년 말 단행된 LG그룹 계열사 인사는 구 회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였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LG전자 (108,300원 ▼2,500 -2.26%)는 전략통인 남용 부회장과 전문가형 40대 부사장들이 최전선에 배치됐고,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12,450원 ▼150 -1.19%))도 40대 CEO가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조직에 대한 헌신과 인화를 중시하던 구 회장의 예전 인사 스타일과 비교하면 파격에 가까웠다.

파격적인 인사는 성과로 이어졌다. 전자, 화학, LCD 등 실적 악화로 고전하던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올해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는 초석을 다졌다.

자율과 창의, 인화를 중요시하지만 필요할 때는 저돌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 또한 '구본무 리더십'의 한 단면이다.

◇고객 가치 경영, 정도 경영= 구 회장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객 가치 경영'과 '정도 경영'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감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 회장에게 '고객가치 경영'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라는 단어를 35회 반복했을 정도다. 반드시 이뤄내야 하고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다. 그래서 관련된 주문도 구체적이다.

"휴대폰을 개발할 때 전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 손가락 크기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그의 주문은 유명하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 배경에도 꾸준히 다져온 '고객 가치 경영'의 결실이 담겨 있다는 게 그룹 측의 판단이다.

고객 가치 경영은 구 회장이 지난 95년 취임하면서부터 슬로건으로 내건 '정도 경영'과도 맥을 같이 한다.

꾸준한 혁신을 통해 구축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자는 것으로 임시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LG그룹은 올해 매출 100조원 달성을 뒤로 하고 기축년 새 진용을 구축, 일찌감치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조용하고 강한 '구본무 리더십'이 새해에 어떤 모습으로 저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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