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화합으로 위기 넘자]노사 상생만이 살 길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기성훈 기자, 박종진 기자 2008.12.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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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소비 위축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에 빠지고, 생산, 고용이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경제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내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경제의 부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극복해냈던 한국인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사 화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에 온기가 돌기 위해선 소비가 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해 고용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제 조건이 바로 '노사 화합'이다. '상생'을 위해 한걸음씩 물러설 줄 아는 성숙한 노사 문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손잡는 노사=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한마음이 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되지만 회사가 살아남아야 '기댈 언덕'이 있다는 공감대가 바탕이다.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 노사는 지난 4일 △임원 30% 감원 △희망퇴직 △무급휴가 중단 △임원 임금 삭감 △복리후생제도를 한시적 폐지 또는 유예 등 강도높은 자구안에 전격 합의했다. 하이닉스는 이번 자구안을 통해 15% 이상의 인건비 절감할 예정이다. 노사의 단합된 모습에 최대주주인 은행 주주협의회도 추가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의 임직원들은 연봉의 30%를 자진반납키로 결정했다.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안 하는 대신 내린 조치다. 이 같은 적극적 자구 노력에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의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어느 때보다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아자동차는 위기상황에 대해 노사가 인식을 공유하고 지난 4일 경기도 소하리 공장에서 '노사합의문'을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이달 1일부터 부평 2공장이 가동중단에 들어간 GM대우도 노조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도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잠정 합의했다.



아시아나 노조 관계자는 "유가 급등,환율 급변 등으로 항공업계 경영여건이 어려워져 임금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영진도 감원 최소화 다짐=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감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은 지난달 3~21일까지 각 계열사 사장들과 진행한 컨센서스 미팅(CM)에서 각사 CEO에게 인력감축보다는 경영혁신을 통한 위기돌파를 주문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지난 10일 사장단협의회 후 감원설과 관련, "삼성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입사와 퇴사 과정에서의 인력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몇 %를 감원한다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같은 날 "실적 부진자·인사고과 최저자 등 예년수준의 자연감소 외에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감원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매년 고령 또는 실적부진 등의 기준에 따라 퇴직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퇴직하는 임원은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경영악화를 이유로 인위적으로 감축규모를 정해 구조조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문화 바꾸는 계기로= 일부 사업장은 여전히 노사간 화합이 원활치 못해 경제위기 와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용차가 대표적이다.

쌍용차는 이번 경제위기 들어 완성차 5개사 중 노사갈등이 처음으로 본격화됐다. 회사 측이 이달 들어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하고, 17일부터는 공장가동 중단에 들어가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급속히 판매가 줄어 11월의 경우 판매가 전달보다 46.5%,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62.6%가 곤두박질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노사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위기가 진행되면서 근로자들의 사측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 근로자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제조업 근로자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답했다. 4년 전 같은 조사 때 39.5%에 비해 약 2배 많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최근의 경제위기와 실업 공포가 직장에 대한 근로자의 의식을 크게 바꿔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는 "그동안 우리의 노사 관계가 다소 불안정하고 소모적인 양상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경제가 어렵고 기업들이 위기에 있을 때 노사가 협력을 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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