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의사와 환자의 이런 고민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초대 원장(서울대 의대 교수)는 21일 보건의료연구원의 설립 취지에 대해 "공공의 틀에서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새로운 근거를 찾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연구원의 역할은 의료 현장에서 일종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것이다. 허 원장은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된 '라미부딘'을 예로 들었다. 그는 "'라미부딘'을 간염 환자에만 써야하는지 보균자에 써도 되는지, 기간은 1년이 좋은지 10년이 좋은지 등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다"며 "이런 점을 공익적 목적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평원과 제약사의 가격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기고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다.
허 원장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자료를 제시하면 이런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좋은 약을 빨리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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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원장은 "외국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었지만 국내에는 전무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국 기관 관계자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더니 '신용평가 등급 매기는 기관과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급에 따라 기업 이자율이 결정되듯 의료평가 결과 따라 건강보험 급여가 결정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처럼 되기에는 설립 초기인 보건의료연구원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허 원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중립성"이라며 "누가 봐도 공정한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