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완화, SK·동양·LG "환영" 삼성 "별로"

오동희 기자, 김창익 기자, 원종태 기자 2008.12.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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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금융계열사 지분 보유 길 열려..증손자 회사 가능해 사업 시너지 기대

일반지주회사가 비은행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될 경우 SK (207,000원 ▼12,000 -5.5%), CJ (121,500원 ▲300 +0.25%), 동양그룹 등이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된다.

또 지주회사가 증손자회사까지 둘 수 있게 돼 LG (80,600원 ▲1,200 +1.51%) 등 기존 지주회사들의 사업 확장이 용이하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지난해 7월 지주사로 전환한 SK의 경우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내년 6월까지 SK증권을 매각해야 했다. 일반지주사가 증권회사를 보유할 수 없어 지주사 전환 후 2년 내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SK증권은 현재 SK의 손자회사로 SK가 지분을 보유한 SK네트웍스(41%)와 SKC(44%)가 SK증권의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일반지주사가 비은행권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한숨돌리게 됐다.



SK의 한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금융사를 보유하는 게 경영 전략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SK증권이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채권영업이나 회사채 인수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동양그룹은 내년이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시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캐피탈의 매각 부담을 안고 있어 제조업인 동양메이저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담이 컸다. 동양메이저는 동양캐피탈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동양캐피탈은 다시 동양종금증권 15.07%를 확보한 상태다.


동양그룹은 이번 공정위의 정책 변화로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은 내년 2월 동양생명을 상장해 그룹차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후 동양메이저를 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의 증손자회사 허용으로 연관 산업에 대한 투자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지주회사법에 따라 손자회사까지는 둘 수 있었지만 증손자회사까지는 두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LG의 경우 (주)LG가 자회사인 LG전자를 두고, LG전자가 손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를 소유하는데 그쳤다. LG디스플레이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자회사를 두려고 해도 (주)LG가 증손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책 기조의 변화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자회사를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LG관계자는 "증손자회사까지 둘 수 있게 돼 투자확대의 여부가 많아졌다"며 법 개정 의지를 환영했다. LG는 또 제조업 지주회사가 비은행 금융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추진되더라도 금융업은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이번 공정위 업무보고에서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삼성은 어떤 형태로 바뀌던 관계사의 지분 정리 과정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자회사의 보유 지분 요건을 바꾸지 않는 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전자 지분 7.2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두려면 2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데 8조원 내외(13% 취득시 12월 18일 종가기준)의 자금이 소요된다.

또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보유 지분 중 3% 이상을 팔아 삼성물산(4%)보다 지분을 낮춰야 하고 에버랜드는 삼성전자 지분 20%를 별도로 취득해야 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할 지의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해결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SK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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