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중장기비전 재수립 나서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2.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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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 확대전략, 금융위기로 무용지물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중장기 비전 재수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외 개발사업 확대를 골자로 최근 1~2년 사이에 수립한 중장기비전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더 이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위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민간 경영컨설팅업체에 중장기비전 수립 용역을 속속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건설사들은 1~2년전 '인수합병 이후 새로운 목표 설정을 위해' 또는 '해외건설 수주 및 국내외 개발사업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비전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중 국내외 개발사업 확대 전략은 국내 부동산시장 및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개발사업의 시장점유율 강화, 해외 부동산개발사업 확대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부동산버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했고,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중단되면서 개발사업 확대 일변도의 중장기비전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현준식 GS건설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 중장기비전에 맞춰 실적을 달성하는 게 가장 긍정적이지만, 개발사업 시장만 놓고 보면 1~2년전 세웠던 중장기비전은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전략 달성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전에 맞춰 투자를 할 업체는 없을 것이며 결국 중장기비전 재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산업 전문 경영컨설팅 및 투자자문사인 FMI의 구상욱 대표도 "최근 1~2년동안 대형건설사들의 중장기비전은 기업의 자원이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시ㆍ미시 환경만 분석해 수립한 경향이 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새로 수립하는 중장기비전의 경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보다 중장기적으로 해외개척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단기적으로는 내실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적으로는 다른 건설사와의 사업 차별화와 원가 절감 노력에 주력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용 줄이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국내보다는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것을 주문했다.

구상욱 대표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대형건설사들의 재무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원가ㆍ자산ㆍ부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기업 자원과 역량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금융위기가 장기화되고 일반건설사들의 공공공사시장 진출을 막는 직할시공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건설 산업 및 사업 구조가 대거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나친 내실화 전략 및 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준식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실 경영이 화두가 되겠지만 중장기 성장전략 마련을 위해서라도 신규사업 투자, M&A, 부실자산 인수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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