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7년 FRB 의장에 임명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4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보며 2006년까지 장기 재임했다. 재임시절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2001년 9.11테러 사태 등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뛰어 넘으며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번 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면서 예측 실패를 시인했다.
2004년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과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왔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럴 때마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왔다. 결국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며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때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떠받들던 여론도 일시에 냉각됐다. 희생자 찾기에 혈안이 된 미 현지 언론들은 물론, "미국 경제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며 극존칭을 아끼지 않던 의회마저 그린스펀 헐뜯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든줄을 넘어선 노신사에게는 너무 참담한 말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