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굴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2.15 13:48
글자크기

[연말기획-1]자산거품 형성과 붕괴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굴욕


자산 버블 형성과 붕괴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사자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버블 책임론이 불거지며 미국의 통화정책을 20년간 지휘해온 '마에스트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날마다 의회 청문회 등에 불려나와 사과해야하는 곤혹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7년 FRB 의장에 임명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4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보며 2006년까지 장기 재임했다. 재임시절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2001년 9.11테러 사태 등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뛰어 넘으며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그린스펀 전 의장이 금융위기 앞에서 결국 고개를 떨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 FRB 의장 시절 취해온 초저금리, 자유방임 경제정책이 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을 일부 시인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번 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면서 예측 실패를 시인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신용 쓰나미"라면서 "40년간 올바로 작동하던 경제정책이 이번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4년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과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왔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럴 때마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왔다. 결국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며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때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떠받들던 여론도 일시에 냉각됐다. 희생자 찾기에 혈안이 된 미 현지 언론들은 물론, "미국 경제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며 극존칭을 아끼지 않던 의회마저 그린스펀 헐뜯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든줄을 넘어선 노신사에게는 너무 참담한 말년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