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 어떤 침체보다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1930년대 초반 대공황보다 오히려 더욱 가혹한 침체의 나락에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전세계적인 초저금리와 이에 따른 자산 가격의 거품의 형성과 붕괴가 위기의 시발점이다.
2000년 말까지 6.5%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기준금리는 2003년 6월까지 1%로 낮아졌다. 그리고 FRB는 2004년 6월까지 1년간 1%라는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초저금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동반 현상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던 일본도 2001년 3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했고, 유로존의 기준금리도 4%대로 비교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글로벌 초저금리가 장기간동안 유지되면서 전세계는 유동성으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돈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에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났다. 이른바 '레버리징의 전성기'가 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2003년 3월 이후 시작된 증시 활황, 부동산 시장 호황, 원자재 가격 동반 상승 등 자산 가격 거품은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만든 작품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신용과 상관없는 주택 매입이 붐을 이뤘다.
금융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기지 대출을 바탕으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자산 거품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했다.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들도 차입(레버리지)을 통한 투기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월가의 탐욕은 더욱 커졌고, 전문가들조차 구조를 이해할 수 없는 많은 파생금융상품들이 탄생했다. 신용평가사들도 거품에 편성해 많은 증권에 'AAA' 등급을 남발했고, 거품과 위기를 키웠다.
자산거품이 심화되자 FRB는 2004년 6월 이후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며 과잉 유동성 흡수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부동산 거품이 발생한 상황에서 단행된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에 내재된 상처를 곪아터지게 만드는 역효과로 작용했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유동성이 급감하자 주택 시장에서는 2006년부터 파열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대출 가운데 가장 취약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고금리 모기지 대출)의 부실이 가장 먼저 터졌다.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붐에 휩쓸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통해 집을 샀던 경제적 취약 계층들이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부도를 낸 것이다.
이는 곧바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며 경제 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유동성 과잉에서 유발된 자산 거품과 붕괴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결국 세계경제 호황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