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속'과 '졸속'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8.1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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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국과 미국 의회 모두 시끄러웠다. 여의도엔 예산안이, 워싱턴엔 자동차 구제금융법안이 문제였다. '돈' 문제였고 정파간 이해가 극렬히 대립했기에 더 시끄러웠다. 하지만 양쪽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한국을 보자.

정기국회가 개회된 이후 가동된 날수가 6일에 불과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13일 새벽 6시 개회 1시간 20분만에 예산안을 의결했다.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빠져나온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바로 옆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찬성 버튼을 누르는 모습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때는 해가 중천에 뜬 시각. 밤새 바빴지만 모두에겐 허탈감만 남았다. 찬성 버튼을 누른 이도, 반대를 목놓아 외친 이도 예산안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쁘다며 빨리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 잘 모른다. 그렇기에 후속조치보다 서로를 향한 비난전을 벌이느라 더 바쁘다. 여당은 야당의 무책임을, 야당은 이번 예산이 사기라고 외치느라 분주하다.

비슷한 시기 미국 의회. 하원에선 공화당의 반대 속 표결 처리를 통해 구제금융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상원에선 부결됐다. 여의도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는 '행태'였다. 정치권 인사는 "우리 같았으면 그렇게 안하지"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처리시한을 못 박아 강행 처리하거나 실력 저지하는 모습이 연출됐을 것이다. '협의'라는 미명 하에 마냥 시간을 끌며 저잣거리의 '흥정'보다 못한 행위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실제는 달랐다. 법안 부결 이후 백악관은 또다른 긴급대책을 마련했고, 민주당도 곧바로 다른 대안을 찾아 대응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빨리' 서둘렀지만 한쪽은 신속했고 다른 한쪽은 졸속이었다는 얘기다. 경제 위기 속 가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다. 그 뜻은 졸속이 아닌 신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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