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노리는 대출사기 '기승'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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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브로커, 자금난 겪는 건설사에 '파격' 제안

건설업계의 위기를 틈타 대출 사기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낮은 금리에 자금을 빌려주겠다며 건설사에 접근한 뒤 거액의 수수료를 먼저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명동 사채업자를 사칭한 브로커들 탓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이 '두 번' 울고 있다는 전언이다.

◇건설사에 '대출 사기' 주의보=최근 A건설사 임원은 명동 사채업자를 사칭한 브로커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이 브로커는 연1.5%의 낮은 금리에 5000억원을 빌려 주겠다고 접근했다. 일본인 전주(錢主)가 자금줄이란 점도 은근히 암시했다고 한다.



마침 돈줄이 말랐던 터라 A사 임원은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권 대출뿐 아니라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건설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브로커는 중개 수수료로 4%를 선납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임원의 명함과 사업자 등록증 복사본을 제출하면 보다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대출 조건이 너무 좋다는 점이 오히려 의심을 샀다. A사 임원은 명동 사채시장과 건설업계 등을 수소문한 결과 이들이 대출 사기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사 뿐 아니라 B사에도 접근해 유사한 방법을 썼다고 한다. 다른 건설사가 1조원을 빌렸다는 거짓 소문도 퍼뜨렸다는 것이다.



2차 사기도 벌어졌다고 한다. 업체로부터 받은 사업자등록증이나 통장 잔고 복사본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C건설사의 임원 명함과 50억원의 통장 잔고을 보여줬다. 1억원의 대출 수수료를 대납해 주면 한달 후 2억원을 돌려 주겠다고 접근했다.

명동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얘기는 구체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면서도 "건설사가 요즘 크게 어렵다고 하니까 사기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평사 '뒷북',시장은 '잠잠'=신용평가기관 3사가 연이어 건설사들의 신용 등급과 등급 전망을 조정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의 부실화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권은 예상 밖으로 잠잠한 분위기다. 이미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 상황이어서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설령 등급이 양호해 회사채가 발행되더라도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란 설명이다.

'제3의 신평사'라고 일컬어지는 명동 시장 역시 냉담한 분위기다. 명동 시장에선 신평사의 등급 조정을 '뒷북'이라고 일축한다.

명동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평가 수수료를 받아 실적을 올려 신용평가 시 명동보다 속도가 느리고, 과감하게 (등급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사 노리는 대출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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