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먹고 크는 글로벌 상업투자은행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12.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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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강국 KOREA] <2부> 위기가 기회다(4)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져가는 지금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먹이사슬'도 진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금융회사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사간 합종연횡은 힘을 잃은 투자은행(IB)과 각광받는 상업은행(CB)의 결합을 축으로 하고 있다.

◇위기에 빛난 JP모간=JP모간은 2000년 체이스맨해튼은행, 2004년 뱅크원과 각각 합병하면서 소매금융시장까지 잠식해 상업투자은행(CIB)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를, 지난 9월 워싱턴뮤추얼도 인수하면서 이번 위기의 승자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 전역에 2300여개 지점을 둔 소매금융의 강자, 워싱턴뮤추얼은 JP모간의 CB로서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평가다.

JP모간의 200년 역사는 위기를 통한 담금질의 연속이었다. JP모간은 1910년대까지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하면서 도산 위기에 처한 은행 및 투자신탁회사의 돈줄이 됐다.



대공황 시절 정치권의 견제와 뉴딜정책, 글래스스티걸법(1933년)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지만 해외 진출과 인적 네트워크 강화로 돌파했다. JP모간체이스의 자산규모는 지난 9월말 기준 2조3000억달러로 1위를 넘본다.

◇도전하는 도이체방크=주로 IB로 인식돼온 독일 도이체방크는 불과 10년새 CIB로 탈바꿈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89년 JP모간의 런던지사였던 모간그랜펠을 인수하면서 높은 레버리지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도이체방크는 멈추지 않았다.

아시아 등이 외환위기에 휘청거리던 98년 미국 뱅커스트러스트(BT)를 끌어안았다. 당시 인수금액은 100억달러로 미국 외 금융회사가 제시한 액수론 사상 최대였다.


도이체방크는 이를 통해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BT의 선진 인프라와 인적 자원은 두말할 나위 없는 소득이었다. 지난 9월에는 독일내 최대 소매금융기관인 포스트방크 지분을 인수해 개인자산관리 및 소매금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진감래'의 미쓰비시UFJ='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일본 금융회사들은 요즘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본 1위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는 모간스탠리에 90억달러를 투자했다. 모간스탠리의 인수·합병(M&A) 및 자산운용 노하우와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구로야나기 노부오 사장은 "천재일우의 기회"로 표현하기도 했다.



노무라증권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태평양부문을 2억2500만달러에 인수하고 유럽·중동부문 직원 2500명을 고용승계하기로 했다.

80년대 엔고를 무기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본 일본 금융회사들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레버리지를 축소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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