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는 잊어라...똑똑해진 TV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8.12.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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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시대 개막]12일 IPTV 3社 실시간 뉴미디어 '출사표'

'바보상자'는 잊어라...똑똑해진 TV


#1 드라마 광인 학원강사 나홀로씨. 돌아오는 주말에는 만사를 제치고 최근 방영이 끝난 '타짜 달리기(드라마를 한 번에 연속으로 보는 행위)'에 나설 참이다. 커다란 쿠션에 맥주를 벗 삼아 1편부터 종편까지 드라마를 내리 보는 건 영화 1편을 보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

#2 일찌감치 특목고에 도전장을 낸 중학교 2학년 너똑똑양. 너양은 주말마다 IPTV에서 제공하는 특목고 입시전문 교육기관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 과목당 3만~5만 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 때문에 고민하던 나양의 엄마도 학원을 아직 가지 않은 똑똑이에게 훌륭한 가정교사를 연결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



나양의 어머니는 PC게임에 빠지려는 남동생 장난이에 대한 해법도 함께 찾았다. 하루에 30분씩, 거실로 나와 IPTV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하기로 약속한 것. 어머니는 방에 틀어박혀 PC에 매달리는 장난이의 습관을 어떻게 고치나 고민했는데, IPTV 덕분에 해결됐다.

#3 온라인 영화 카페 회원인 박대본씨는 깜짝 놀랐다. 지난 8월에 개봉된 영화 '다크나이트'를 놓친 박씨는 DVD 발매만을 기다렸는데 IPTV에서 VOD로 먼저 서비스한다는 희소식을 듣게 된 것. 박씨는 IPTV덕에 '거실 극장'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똑똑한 리모콘, 생활 패턴을 바꾸다

TV가 변하고 있다. 일찌감치 '바보상자'에서 정보제공 전달자로 재 평가받은 TV가 인터넷(IP)과 만나더니 이제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TV에서 극장 상영이 끝난 최신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게임부터 쇼핑, 그리고 양방향 교육까지. 수상기는 TV 그대로인데 그 속은 딴 판이다.

지난 11월 17일부터 KT가 MBC와 재송신 계약을 체결, 실시간 인터넷TV(IPTV) 서비스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실시간 IPTV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최근 방통위 약관 신고를 마친 SK브로드밴드는 11일 SBS 및 MBC와 재전송에 합의했다. LG데이콤 역시 이날 SBS와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KT는 지역MBC와 협상을 타결했다. 이처럼 IPTV 상용 서비스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상파 실시간 전송이 해결됨에 따라 IPTV 전국 상용 서비스 시대가 더욱 가까워졌다.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을 경쟁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 실시간 IPTV 상용화에 안간힘을 쏟았던 정부는 이에 맞춰 IPTV 시대 본격 개막을 선언하는 행사를 12일 대대적으로 펼친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1200여 명의 업계 및 정관계 인사들을 초청, 'IPTV 상용서비스 출범 기념식'을 개최한다.

정부는 IPTV를 통해 유료방송 경쟁을 촉진시키고 20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본 정책방향을 수립했다. 무엇보다 IPTV가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09년 IPTV가입자 수 전망(KT경영연구소) 주 1> 회색은 실제 가입자수.  주 2> 노란색은 06.7월 ~ 08.6월까지의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Bass 확산모형을 적용한 결과이나, 이 기간 중 사업자들의 영업정지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모습을 보여 줌. 주 3>. 파랑색은 08.10월까지의 실적과 각사의 연말 목표를 근거로 Bass 확산모형을 적용한 결과로서, IPTV의 실시간 방송 효과를 직선형으로 추정하여 반영함. ▲2009년 IPTV가입자 수 전망(KT경영연구소) 주 1> 회색은 실제 가입자수. 주 2> 노란색은 06.7월 ~ 08.6월까지의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Bass 확산모형을 적용한 결과이나, 이 기간 중 사업자들의 영업정지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모습을 보여 줌. 주 3>. 파랑색은 08.10월까지의 실적과 각사의 연말 목표를 근거로 Bass 확산모형을 적용한 결과로서, IPTV의 실시간 방송 효과를 직선형으로 추정하여 반영함.
◇ IPTV, 교육문제 해결 등 정부정책 대안으로 부각

IPTV가 유료방송이라는 점에서는 기존 케이블TV와 다를 게 없지만, 그간 방송에서 제공하기 어려웠던 '쌍방향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우선 정부는 교육 시장을 주목한다. IPTV가 사교육 시장을 대체하는 강력한 정책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방통위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20조원이 넘는 국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IPTV사업자 및 교육 전문가를 포함하는 정책협의회를 구성, 공교육 콘텐츠를 활성화하고 IPTV 교육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12년까지 IPTV를 통해 사교육비 1조40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일부 우려도 있다. IPTV가 정부 교육정책의 대안으로 되기 위해선 조기에 전국 방송을 실하고, 가격부담이 없는 양질이 교육 콘텐츠를 확보해야한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수도권에 국한되거나 유명강사의 고가 강의가 유료로 방송될 경우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학생 간 교육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반대급부 현상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IPTV로 인해 새롭게 접하게 되는 서비스는 교육뿐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TV를 켜면 언제든지 최신영화를 볼 수 있고, 노래방처럼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는 게 IPTV다. 유명학원 강사의 강의도 마치 앞에서 듣는 것처럼 질문할 수도 있다. 이는 IPTV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와 SK브로드앤TV가 함께 진행한 '쏘울(SOUL)' 퀴즈 이벤트에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쏘울 모델에서 적용되지 않는 스타일은 무엇이냐'는 객관식 질문을 던지고 리모컨으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TV에서 하는 '질문 이벤트'가 각 방송사의 홈페이지나 전화 자동응답서비스(ARS), 혹은 휴대폰를 이용해 참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IPTV의 양방향 질문 이벤트는 참여인원이 몇 배에 이를 뿐 아니라, 다시 PC를 켜거나 전화를 할 필요없이 TV 앞에서 리모콘 조작으로 즉석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이벤트와 차원이 다르다.

TV와 대화하는 세상. TV로 소비하고 TV에 참여하는 세상. IPTV가 불러올 미디어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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