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소리없는'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8.12.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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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빅4, 내년 채용계획 못잡고 희망퇴직 유도

금융권이 소리 없이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때처럼 요란하게 인력을 줄이는 대신 자연스런 감원을 진행하는 게 최근 모습이다. 은행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에 대해선 거액의 위로금으로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내년 신규채용 사실상 '제로'=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은행권 '빅4' 가운데 내년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없다.



금융권, '소리없는' 구조조정


국민은행은 올해 3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으나 내년 채용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인원에 변수가 많아 얼마나 뽑을지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도 채용계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10월부터 신입사원 채용작업을 시작했으나 올해는 이달 들어 760명 규모의 인턴십 운영을 발표했을 뿐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430명을 신입행원으로 채용했다. 매년 200명가량 뽑았지만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계획의 2배 넘게 채용했다. 신한은행은 그러나 내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도 올들어 472명을 채용했으나 내년만큼은 선발인원을 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64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한 외환은행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국책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업은행은 올해 110명을 뽑고 기업은행은 올해 461명을 선발하는 등 채용규모를 늘려왔지만 내년 계획은 미정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방침에 맞춰 인력을 늘리긴 늘려야 하는데 금융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다"며 "설령 신규인력을 채용한다고 해도 그 규모는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희망퇴직 급증=은행들은 소리 나지 않게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를테면 명예퇴직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예전보다 많은 퇴직위로금을 제시하거나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인사고과에서 뒤지는 직원들에게 채권추심 같은 고강도 업무를 맡기곤 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3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올해는 규모를 늘리기 위해 위로금을 올린 결과 310여명이 신청했다. 명퇴금 지급 총액은 300억원 이상으로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는 셈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보다 80여명 늘어난 190명으로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일정 직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준정년퇴직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역시 올해는 퇴직위로금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 역시 일정 연령 이상 직원들에 대한 상시 명예퇴직 조건을 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울러 임원 자리는 유지하되, 젊은 임원을 많이 만드는 것도 자연스런 퇴직을 유도하는 방법이라는 게 은행 인사담당자의 귀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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