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임금동결, "외환위기때 생각나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12.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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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사 "고통분담 위해" 단체교섭 타결

시중은행을 포함해 34개 금융기관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 2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로 종전보다 30분 앞당기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10일 금융산업노동조합과 노사 전체 대표자회의를 열어 임금동결과 영업시간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단체교섭은 지난 5월27일 이후 무려 27차례 회의가 소집되는 난항을 겪었으나 금융 노사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올해 임금을 소급해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노사는 고용안정에 적극 노력하고 청년실업 해소와 근무시간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신규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노조 내에서도 임금동결과 업무시간 조정에 반대하는 금융기관이 상당수 있어 기관간 의견조율도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노조가 많은 부분을 양보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은 이번 임금동결을 놓고 11년 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은행원들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부터 2000년까지 임금이 동결되거나 10~20% 삭감됐다. 퇴출 등 강제 구조조정 회오리에 대기발령, 지방 영업점 전보 등 퇴직을 유도하는 분위기 탓에 임금조정은 그나마 견딜 만했다는 게 은행원들의 기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행원들에게 이번 임금동결은 착잡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원 수난시대는 2000년부터 저물어갔다. 은행들이 하나둘 흑자로 전환한 데다 산별노조가 결성된 영향으로 임금도 오르기 시작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경우 1~2년 더 어려움을 견뎌야 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은 98년 통상임금을 12% 삭감한 후 2000년까지 임금을 동결했고 옛 주택은행도 같은 기간 임금을 올리지 못했다.

옛 서울은행은 2001년 10월까지 임금을 동결했고, 외환은행은 2002년까지 노조가 무쟁의를 선언했다. 역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옛 조흥은행은 2002년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경영이행각서(MOU)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2003년 임금 및 복리후생비가 묶인 것은 물론 승진과 인력충원도 제한됐다.


은행권에서 마지막으로 임금동결을 경험한 곳은 2006년 우리은행. 다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원이어서 같은 범주에 넣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드·캐피탈 등 여신금융사들은 카드사태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임금삭감을 감내해야 했다. LG카드는 2004년 1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기로 결정한 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했다. LG카드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건 경영정상화가 이뤄진 2006년 초의 일이다.



이 밖에 외환·국민·장은카드 등도 퇴출되거나 은행으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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