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제로금리, 반등증시에 찬물끼얹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12.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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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기대 살아있다" 구조조정 통해 신용스프레드 완화해야

증시 반등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0일 미국에서 ‘다소’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뉴욕 증시가 하락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미 국채가 제로금리로 발행됐다는 소식이다. 이자 한 푼 없는 국채에 발행금액의 4배에 달하는 돈이 몰렸다. 망할 가능성이 없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타랠리'나 '유동성 랠리'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부정적 뉴스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지속돼온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연장선에 있고 연말에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안전자산 선호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여서 바닥의 신호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식 장기 불황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일 “굉장히 충격적인 데이터임은 분명하다”며 “채권금리가 제로라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간다는 의미로 시장이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팀장은 하지만 이를 증시가 잘 받아들인다면 바닥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 마련을 위해 앞으로 국채를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금 제로금리로 국채를 사려는 투자심리는 위험이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강 팀장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증시가 이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정점인지 아니면 예상보다 큰 침체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제로라는 숫자가 주는 파격적인 느낌은 있지만 새로운 현상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계속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결과물이고 이미 연방금리가 제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전혀 예상을 못했던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다만 "극단적 심리의 정점인 것은 맞지만 정점이 언제 끝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해결책은 결국 구조조정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시장에 남아 있는 기업들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줘야 신용스프레드가 완화돼 국채보다 위험이 있는 회사채나 주식 등의 자산으로 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는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안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4주 만기의 국채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연말을 넘기겠다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투자의 목적 자체가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라기 보다는 연말 변동성 축소에 맞춰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미 국채의 제로금리 발행으로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제로금리라고 해서 주식시장이 기술적 반등을 못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아직 돈이 돌지 않고 있지만 유동성이 계속 풀리고 있어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스프레드가 완화되면 증시로 자금이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황 연구원도 "지금의 반등은 극단적 위험 회피로 주식에서 빠져 나갔던 자금 중 일부가 돌아오면서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이라며 "아직은 진짜 유동성 랠리는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제로금리 발행이 연말을 넘겨 내년 1분기 중에도 지속된다면 시장에 분명히 나쁘게 반영될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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