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내년 사업계획 '오리무중'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2.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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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 축소, 공공공사 확대 기본원칙

대형건설사들의 내년도 사업계획이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부분 주택사업은 축소하고, 공공공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본원칙을 정했지만 변수가 많다.

주택사업 축소는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된 물량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고, 국내 공공공사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건설산업 전문 경영컨설팅 및 투자자문사인 FMI의 구상욱 대표는 "대형건설사들은 결국 해외시장 개척이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와 원가절감을 통해 글로벌 마켓에서 지위상승 기회를 모색하는 적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사업 축소는 당연,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각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규수주와 분양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매출은 완공현장이 늘어나면서 소폭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신규 수주는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시행사도급사업 영업인력을 속속 재개발 영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내년부터 3년동안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개발 사업장이 연평균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서울과 수도권 사업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수주전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분양. 내년 분양계획을 수립한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분양계획과 비슷한 수준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부터 연기한 분양사업이 적체돼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고 있어 무작정 분양을 할 수도, 그렇다고 1~2년을 연기했던 사업을 또 늦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분양 물량은 확정했지만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다.

내년 경기를 주시하면서 공급 타이밍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 수주 올인, 수익성은 글쎄?
주택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형건설사들은 공공공사 수주를 늘려가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서 진통이 있지만 내년 SOC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건설사들은 예산 확대에 따른 물량 증가와 주택사업 위축을 메우기 위해 내년 공공공사 수주목표를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올해 2조1200억원보다 3.8% 많은 2조2000억원, GS건설은 올해 1조600억원보다 22.7% 증가한 1조9100억원, 삼성물산은 올해 1조6,700억원보다 11.4% 늘어난 1조8600억원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현재 수주목표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으며 큰 폭의 상향조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익성. 주택시장 침체로 모든 건설사들이 공공공사에 올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과열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각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가격경쟁에 나서지 않는 선별수주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중견건설사들도 공공공사시장으로 몰려오고 있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비주거건축은 투자 축소로 침체
내년도 오피스,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중단되고 투자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설비투자가 올해 10조원보다 20% 이상 감소한 7조~8조원에 그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대기업 발주 건축공사 물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오피스 및 상가 시장도 금융시장 경색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사실상 중단됐고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어 발주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발주가 예정됐던 공사들이 대거 내년으로 연기됐고 내년에도 발주가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PF 중단, 오피스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시기 조절 등의 악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건축부문 신규수주가 급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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