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도 집값 한파… 1년새 20~30%↓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8.12.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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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2차 105㎡ 7억선 추락 "급급매도 안팔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구 현대) 단지내 모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구 현대) 단지내 모습.


"그동안 경기 영향을 덜 받아온 압구정 부동산 시장도 이번 부동산 침체는 피해갈 수 없네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인근 K부동산에서 만난 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달 들어 매매, 전세 할 것 없이 부동산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고 푸념했다. 이어 "거래가 없어 정확한 시세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매도호가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찾는 사람이 없어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구[舊]현대)도 부동산 경기 한파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최근 1년새 15~20% 하락한데다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것. 거래가 없다보니 부동산 계약서를 언제 써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볼멘 목소리다.



2~3년전 엔화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했던 사람들은 환율급등 때문에 급매로 집을 내놓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5차 72동에 리모델링 관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5차 72동에 리모델링 관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올 초만 해도 현대 3차 109㎡는 12억7000만원선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0억선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가 기준으로 20% 넘게 빠진 것이다. 현대 5차 115㎡ 역시 올 초 15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13억선에 급매물이 나왔다. 1년도 안돼 17% 넘게 빠졌다.



압구정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는 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한 강남의 다른 고가 아파트보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1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20% 가까이 빠지는 등 이번 부동산 침체기에 그동안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부동산의 핵심 단지라고 할 수 있는 현대아파트의 상황이 이런 가운데 주변 단지들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성수현대(8차) 115㎡는 올해 1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8억9000만원에 팔려 10개월만에 30% 가까이 하락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미성아파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미성아파트.
미성2차 105㎡ 역시 올 초 9억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양아파트 5차 132㎡도 올 초 17억1000만원에서 10월 15억2000만원으로 하락했다. 8개월만에 11% 넘게 떨어진 것.


미성아파트 인근 M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미성이나 한양아파트는 현대보다 입지 여건이 좋지 않아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며 "105㎡ 중형 급매물이 7억원선까지 하락했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가격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던 압구정동도 이제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그동안 현대를 비롯해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기가 안 좋아도 가격 내림폭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자금이 주식이나 다른 자산에 묶이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 지역 아파트 가격도 경기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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