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 '반토막'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2008.1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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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기업 리스크 관리 강화 여파

은행의 기업대출이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크게 줄고 있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최대한 높이려는 한편 위험자산인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 수신 증가폭의 둔화, 일부 기업의 신용불안 우려 등도 영향을 줬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들의 원화대출은 3조5000억 원으로 10월 7조3000억 원의 48%에 그쳤다. 대기업 원화대출이 1조원에 못 미치는 9000억 원으로, 전달 4조800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일부 건설사 등 대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대기업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대기업 대출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1000억 원 이후로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 등에 힘입어 전달과 거의 같은 2조6000억 원 증가를 유지했다.



회사채와 CP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어음(CP)는 CP-CD금리 스프레드 확대에 따라 CP매입 유인이 커지면서 초우량물을 중심으로 11월 20일 기준 3조3000억 원 순발행됐다.

가계대출은 11월 3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돼 전달의 1조4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8조9575억 원 증가해 10월 21조5646억 원의 42% 수준이었다. 특히 10월 19조 원에 달했던 정기예금 증가액은 11월에 1조8853억 원으로 크게 감소해 지난 7월(1조8961억 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양도성예금증서(CD)는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2조4000억 원 감소했고, 은행채는 전달 4000억 원보다 증가한 2조1000억 원이 순발행됐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은행채 금리가 하락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0월 2조4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인 2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단기여유자금 유입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가 11월 5조7000억 원 늘었다. 주식형은 전달의 3조4000억 원 감소세에서 1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채권형(-1조3000억 원), 혼합형(-8000억원), 신종펀드(-9000억 원) 증가액은 연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2001년부터 마이너스를 보였다가 올해 인수합병(M&A) 자금수요로 크게 증가했다"며 "일부 대기업에 신용불안 사태가 불거지자 은행들이 대기업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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