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엘리베이터 타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12.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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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하락..단기 반등 기대감은 여전

“무심코 남 따라 엘리베이터 내리는 사람들을 본다. 업다운 싸인을 보지도 않고 탔다가 바닥까지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지하 7, 6, 5층까지 내려간 사람들은 다시 한참을 올라오다 보니 1층에만 올라와도 마치 꼭대기층인양 따라 내린다. 일단 잘못내리면 다음번을 기다려야 하고 다음번이 만원이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엘리베이트 안에서는 잡념을 버리고 층수와 싸인을 잘 봐야 한다.”

한 독자가 어제(9일) [개장전] 기사에 달아 놓은 댓글이다. 언뜻 보면 무슨 말이야 할지도 모르지만 최근 증시 상황을 대입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은 엘리베이터가 더 올라갈 것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정책랠리, 오바마랠리, 산타랠리, 유동성랠리 등 비슷비슷한 의미의 ‘랠리’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단기 반등에 따른 영향으로 일시적인 조정을 거칠 수도 있겠지만 수급여건 개선, 기관의 연말 수익률 관리, 각국 정책에 대한 기대감, 원/달러 환율 안정 등 주변 여건의 개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증시가 추가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은 이틀째 순매수를 보였다.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미 달러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라면 환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력도는 좀 더 커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도 정해졌다. 금융감독당국은 9일 우선 은행의 자본을 확충토록 한 후 민간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퇴출'보다는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 시장이 원한 신속한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것은 옥석가리기를 통해 유동성이 실물로 이동할 준비에 나섰다는 의미다. 게다가 금융감독당국은 때가 되면 칼을 빼 들겠다며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과거 통계를 통한 베어마켓 랠리에 대한 분석들도 잇따르고 있다. '96년 이후 약세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랠리 수익률은 평균 22%정도'(대우증권)라는 분석도 있고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절반 정도 진행됐다'(굿모닝신한증권)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투자자들이 악재에 둔감해 지고 호재에 민감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팔고 싶을 때는 악재에 민감하지만 주식을 사고 싶을 때 호재에 쉽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최근 건설주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랐지만 투자 심리는 이를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나 유동성 지원 대책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섣부르다. 뉴욕 증시가 이틀간의 급등을 마치고 하락했다. 또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였고 미 국채가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로 발행됐다. 증시는 아직 불안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여전함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만 기대어 지수의 반등을 바라보기에는 아직 상승 논리가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증시 반등의 선결조건인 신용스프레드의 축소는 내년 상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여 그 전까지 주식시장은 다중 바닥형의 변동성 높은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12월 통계로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며칠새 엘리베이터에서 상당수 내린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던 1일부터 4일까지 약 60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 개인은 코스피가 급등한 최근 3거래일 동안 1조339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들은 몇 층에서 타서, 몇 층에서 내린 것일까. 다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아직도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탈 기회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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