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 내년 심상찮다… 산업계 '긴장'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2.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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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잇단 당선, 대통령의 인력감축 칭찬하는 분위기 불안감 일조

(금속노조 홈페이지)(금속노조 홈페이지)


내년 노사문제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일선 산업 현장에서 강성 노조가 당선되고 있으며 내년 민주노총 주요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자동차 (5,350원 ▲50 +0.94%) 노조는 지난 5일 한상균 후보를 새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 후보는 현장 조직들이 한데 모여 만든 '민주파 연합' 선거운동본부를 기반으로 하며 상대 후보보다 강성이다.



쌍용차노조 한 조합원은 "상하이자동차로 회사가 넘어간 이후 사측에 협조적인 노조 세력들과 일선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만일의 경우 투쟁할 수 있는 지도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에 대비, 투쟁 성향이 높은 지도부를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쌍용차 측은 "현재까지 정리해고 같은 극약처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세계적 위기 상황인 만큼 새 지도부도 회사 살리기를 위해 상생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선출된 민주노총의 울산지역본부장도 선명성을 내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본부장에 당선된 김주철 후보는 민주노총 내 '자주파'로 민족해방(NL) 계열이다.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한 2000년 이후 좌파(PD) 계열의 '평등파'가 2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전례에 비춰 김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례적이다.

울산의 한 노조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설이 나도는 현실에서 새 집행부가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강경한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민주노총 핵심 투쟁동력인 금속노조의 선거가 줄줄이 잡혀있다. 9월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를 비롯해 소속 각 사업장의 지부장 선거도 치러진다. 노사관계가 주요 경영현안인 현대자동차 (283,000원 ▲2,000 +0.71%)의 지부장 선거와 대의원 선거도 이때로 예정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감산 관련 협의는 물론 주간2교대제 문제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복수노조 허용 등 각종 과제가 쌓여서 어느 때보다 노사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업종별 노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사전 조율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내년 노사 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정부 최고 책임자가 특정기업의 인력감축을 칭찬하고 나서는 요즘 분위기라면 속으로 타협을 원하는 노동계 세력들조차도 강경투쟁을 일단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조용하던 공공부문과 금속노조 정규직 조합원들이 일자리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김대중 정부 이후 사라진 대기업 노조들의 극한 투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와 노동계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구조조정 여부 등이 가시화될 내년 상반기를 노사충돌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조성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98년의 경험으로 기업과 노조 모두 극단적 처방은 실익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그때와 달리 현재는 긴 불황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전 사회적인 새로운 프로그램,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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