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계약 해지요구 봇물, 승산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12.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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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입주 예정자가 이길 가능성 낮다"

아파트 분양 계약 해지나 분양가 인하 요구 등으로 건설사와 수요자간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경우 누가 이길까.

부동산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입주자 예정자와 건설사간 다툼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소송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분양가보다 매매가가 낮은 속칭 '깡통아파트'까지 등장, 기존 분양 계약자와 건설사들의 계약해지와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계약 해지 또는 분양가 인하 요구를 둘러싼 법정분쟁에 대해 법조계는 수요자가 이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10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 등을 놓고 계약자들과 건설업체간 분쟁이 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김포시에 지난해 12월 분양된 '월드메르디앙'. 최근 해당 건설업체가 158㎡ 미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5% 가량 낮추자 다른 평형 계약자 등 기존 입주 예정자들이 회사 측에 동일한 분양가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용인 공세지구에서 2000가구를 분양한 대주건설도 입주 예정자들의 분양가 인하요구에 직면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분양가를 35~40% 깎아줄 것을 요구하며 회사와 용인시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 용인 신갈동 성원상떼힐, 용인 동천동 삼성래미안 입주예정자들도 인근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를 계기로 해당 건설사에 분양가 인하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깨겠다고 나선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용인지역 외에도 인천 송도·청라지구와 남양주 진접지구 등 분양 당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지역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계약자들은 분양가 인하 또는 계약해지를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약 해지나 분양가 인하 요구 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경우 입주 예정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인 김관기 변호사는 "아파트 값 하락에 대한 '위험'은 계약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이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는 이상 계약자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공보관인 배현태 판사 역시 "아파트 가격이 올라 분양가보다 시가가 올라가면 건설사에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하락에 따른 손해를 건설사에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 판사는 다만 "IMF 사태 여파로 유사한 상황이던 10년 전에 경제적 여건 등을 감안해 분양 포기 위약금 10%가 과다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온 바 있다"면서 "10%의 위약금이 적정한 지 여부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판사의 재량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2년 5월 제정한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일정 회수 이상 납부한 경우, 공급자와 수요자 쌍방이 합의에 의해서만 해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중도금 납부 전이라도 계약자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공급대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건설사가 해제 요구를 수용했다 하더라도 전체 분양대금 중 10%를 위약금으로 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사가 공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례는 계약자가 중도금을 3회 이상 납부하지 않아 건설사가 2회 이상 최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지 않았을 때와 잔금을 약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납부하지 않았을 때 등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의 여파로 상당수 업체들이 '버티기 분양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며 "아파트 분양이 시행과 시공이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계약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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