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최근까지 일상적 국회 활동을 제외하곤 공개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경선 이후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를 제외하곤 최근 '박근혜 역할론'이 거론될 때조차 측근이나 자신의 신상에 대해선 극도로 언급을 피했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지난달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일침을 놓은 데 이어 이달 들어 부쩍 측근과의 회동 등 대외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며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8일 백봉신사상 수상식에 참석한 뒤 경선 기간 자신을 도왔던 여성 인사들과 오찬을 했다. 9일에는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여의포럼 송년 만찬에 참석하고 10일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 모임에 이어 16일 서강대 출신 언론인·정치인 모임에 참석하는 등 외곽 단체 활동으로도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주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무소속 김일윤 의원이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내년 4월 재·보선 가능성이 높은 경주에선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재선거를 염두에 두고 길닦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양아들'이라 불리는 정종복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친이·친박 대결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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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일단 "국방 분야에서 많이 도와주신 분이고 그날 대구 방문 일정이 있는데 바로 옆 지역이라 가서 축하하기로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간 신중한 행보를 보인 박 전 대표가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경주행을 결정한 것엔 특별한 '결심'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5일 미국에 7개월째 체류 중인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이 "스스로 판단해 언제든지 (한국에) 들어가겠다"며 조기 귀국 가능성을 언급한 지 1주일 만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점에서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연말 연초 청와대 개각설과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역할론이 당내 대세론을 장악하기 전에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기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이 의원이 여당 의원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보고 있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내 중진들이 친이계를 보는 시선이 싸늘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리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친이계 의원 측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과의 예산안 협상으로 당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전임 대표로서 우선 힘을 보태는 게 옳지 않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