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는 오는 11일 회의에 앞서 내년 성장률 전망이 발표 되면 금리정책 운영의 폭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뒤바뀐 순서= 금통위의 정책결정에는 △물가 △경기 △시중 유동성 등 추이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내년 성장률 전망이 나온 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수준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시장 평가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0.50%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인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 보강 을 위해 크게 쏴 달라"는 요구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환율 변동성 감소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어진 만큼 금리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시중 자금이 은행과 한은 사이에 '핑퐁게임식'으로 오갈 뿐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색을 표명하고 있다. 단기금리와 중·장기금리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보다는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통한 불확실성 제거가 앞서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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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발표 시점은 일종의 약속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한은의 성장률 발표와 금리 결정 결과를 예의주시해 왔다. 이 두 발표는 시중 유동성은 물론 증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대형 재료'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은은 당초 약속보다는 금리인하 결정에 대한 부담을 앞세웠다. 최악의 '조합'이 나올 경우 한은이 시장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0.25%포인트 인하, 성장률 전망 1~2%대'라는 예측이 들어맞을 경우 "한은이 꼼수를 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대폭 하향하나= 골드만삭스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2%대로 내려갔다.
마이너스 전망도 드물지 않다. UBS증권은 마이너스(-) 3%로 가장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JP모건과 메릴린치는 각각 1.5%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3.1%, 모간스탠리는 2.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도 하향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문제는 폭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의 정책 금리 인하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내려 갈 수 있다"며 기존 3% 유지에서 후퇴하는 인상을 줬다.
'상당히'라는 표현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질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1%대로 내려간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금리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는 시장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우려한 한은이 '선제적으로' 성장률 전망 발표를 금리 결정 후로 미뤘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