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시장보다 금통위 우선"… 성장 전망 연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2.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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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내년 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 가능성

한국은행이 당초 9일 발표 예정이었던 '내년 성장률 전망(2009년 경제전망)' 을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로 연기했다. 통상 12월 초에 발표하던 성장률 전망 발표시점을 공식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는 오는 11일 회의에 앞서 내년 성장률 전망이 발표 되면 금리정책 운영의 폭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매우 낮게 나와 0.2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를 원하는 금통위 측이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뒤바뀐 순서= 금통위의 정책결정에는 △물가 △경기 △시중 유동성 등 추이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내년 성장률 전망이 나온 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수준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시장 평가다.



하지만 한은은 이를 거꾸로 봤다. 이번 금리인하 수준을 이미 결정한 상태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 발표가 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0.50%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인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 보강 을 위해 크게 쏴 달라"는 요구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환율 변동성 감소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어진 만큼 금리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시중 자금이 은행과 한은 사이에 '핑퐁게임식'으로 오갈 뿐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색을 표명하고 있다. 단기금리와 중·장기금리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보다는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통한 불확실성 제거가 앞서야 한다는 논리다.


성장률 발표 시점은 일종의 약속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한은의 성장률 발표와 금리 결정 결과를 예의주시해 왔다. 이 두 발표는 시중 유동성은 물론 증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대형 재료'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은은 당초 약속보다는 금리인하 결정에 대한 부담을 앞세웠다. 최악의 '조합'이 나올 경우 한은이 시장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0.25%포인트 인하, 성장률 전망 1~2%대'라는 예측이 들어맞을 경우 "한은이 꼼수를 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대폭 하향하나= 골드만삭스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2%대로 내려갔다.

마이너스 전망도 드물지 않다. UBS증권은 마이너스(-) 3%로 가장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JP모건과 메릴린치는 각각 1.5%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3.1%, 모간스탠리는 2.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도 하향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문제는 폭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의 정책 금리 인하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내려 갈 수 있다"며 기존 3% 유지에서 후퇴하는 인상을 줬다.



'상당히'라는 표현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질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1%대로 내려간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금리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는 시장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우려한 한은이 '선제적으로' 성장률 전망 발표를 금리 결정 후로 미뤘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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