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준율' 대신 '지준부리' 선택한 까닭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8.12.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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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금 이자지급시 BIS 개선… 은행 압박 명분 얻어"

한국은행은 왜 지준율 인하 대신 지준부리를 선택했을까.

전일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은행이 수신액의 일정비율(지준율)을 한은에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주는(지준부리) 안을 결정했다.

빡빡한 은행의 유동성을 늘려 여신 확대에 힘을 보태 유동성을 늘려 보겠다는 계산이다. 은행권과 채권시장에선 지준율을 내리는 게 전체 통화량 증가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한은의 선택은 21년간 묵혀뒀던 지준부리 카드였다.



이에 대해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4일 "지준율을 내리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변함없지만 지준부리는 BIS 비율이 올라간다"며 "한은입장에선 BIS비율을 개선시켜준 뒤 그간 은행권에서 BIS 비율 악화를 우려해 신규 대출을 못한다는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지준율 인하로 얻은 여유자금을 무위험자산으로 이전할 경우 BIS 개선효과는 없고, 위험자산으로 옮겨갈 경우 오히려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반면, 한은으로부터 이자를 받게 되면 그 자체로 BIS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유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은행의 BIS 비율을 제고시킨 정책을 취해 신용위축에 대한 책임을 덜었고, 향후 은행들이 여신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이를 비판할 명분도 얻은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공을 은행에게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얘기다.


또한 유 애널리스트는 "한은입장에선 초과 지준을 10조원 가량 갖고 있는 은행에게 지준율을 내려줘도 초과 기준만 증가하는 결과를 우려했을 것"이라며 "더구나 지준율을 인하해도 실제 유동성이 확대되기까지 시차를 보이기 때문에 효과없는 정책이었다는 비판도 의식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혁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보면 지준을 조금만 조정하더라도 전체 유동성이나 금융기관의 수지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빈번히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한은은 지준율 인하를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조치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한은도 이번 조치로 인해 기업의 신용확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며 "자금 선순환의 큰 걸림돌은 부도위험과 같은 불확실성인데 은행의 측면지원책이 얼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얘기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신용을 늘려 BIS 비율을 훼손시키려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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