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의 힘! 녹색성장은 '철도'의 시대

머니투데이 대전=최태영 기자 2008.12.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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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코리아]3부

녹색대동맥, 철길을 이어라-상(1)

교통수단은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움직여야 경제가 돌아가고 움직이려면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기본적인 교통수단은 자동차다. 이는 우리나라 수송분담률에서 증명된다.

지난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르면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는 우리나라 수송분담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여객은 무려 83%, 화물도 65.7%를 도로교통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하철까지 포함한 철도의 수송분담율은 여객이 13.6%, 화물이 7.3%에 불과하다. 2004년에는 여객 15.4%, 화물 7.7%로 소폭 높아졌지만 절대적인 도로교통 의존도는 여전하다.

이 같은 수송분담률이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지금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유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원유가 한정된 자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유가는 다시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2가지 이유 때문에 가능한 화석원료인 원유를 적게 쓰는 것이 국가의 자원을 아끼고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 도로중심 교통체계, 국가 경쟁력에 부담=문제는 우리나라 수송에서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도로는 그야말로 '석유 먹고 온실가스 싸대는 하마'에 비유할 수 있는 자동차를 위한 것이란 점이다.

국가 수송체계가 자동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또 다시 유가가 뛰어오른다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국제 규제 강화로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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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온실가스에서 수송 분야가 점하는 비중도 약 20%다. 수송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에서 갖는 중요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서 철도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다.


수송에 쓰이는 전체 에너지 중 75% 가량이 도로에서 소비된다. 철도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1.7%에 그친다.

실제 에너지 효율도 도로에 비해 철도가 훨씬 높다. 철도는 한 사람을 1km 수송하는데 드는 에너지소비량이 63.5kcal인 반면 승용차는 532.1kcal로 8.4배가 많이 든다. 이는 여객열차가 승용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8,4배나 높다는 뜻이다. 화물열차의 경우 화물차보다 14.2배나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서도 도로교통은 철도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여객열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의 18%, 화물열차는 트럭의 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로 연간 6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현재의 10% 남짓에서 유럽연합(EU) 수준인 35%까지 높이면 연간 14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

◇ 철도는 고효율.친환경.저비용 교통수단=도로교통이 유발하는 다른 비용까지 감안하면 철도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육상교통부문의 대기오염, 소음, 사고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48조5000억원이며 이중 97.6%가 도로교통에서 발생한다.

연구원은 또 2004년 기준으로 국내 교통혼잡비용이 23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97%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417.4㎞)를 매년 2.5개, 인천국제공항을 2.9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2.7개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천문학적 비용이다. 도로교통이 유발하는 오염, 소음, 사고, 혼잡 등의 비용이 국가 경제에 알게 모르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린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통체제를 도로에서 철도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철도는 대량수송이 가능한데다 에너지효율도 높고 환경친화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이미 도로 위주의 교통체계가 야기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U에 속한 각 나라들의 1998~2005년 사이 교통투자 현황을 보면 철도가 69%로 31%인 도로의 두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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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기준으로 벨기에의 철도 투자액은 41억800만 유로로 도로 투자액 7억6500만 유로에 비해 5.2배나 많다. 영국은 3.7배, 독일은 2.2배, 영국은 2배 수준으로 철도 투자액이 도로 투자액을 능가한다.

◇ 철도는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의 핵심=중국은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위기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도 투자를 선택했다. 중국 철도부에 따르면 올해 철도에는 약 3500억 위안(약 70조원)이 투자됐고 내년에는 올 투자액(3500억 위안)보다 약 세 배 많은 자금이 철도에 투입된다. 철도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물론 광대한 영토를 촘촘하게 연결해 물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일본도 도로중심의 수송분담을 철도로 전환하면서 수송이 미치는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철도의 이용편익을 평가할 때 '철도의 존재효과'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철도가 도로에 비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철도 연장은 2007년 말 현재 3399㎞로 1970년에 비해 겨우 206㎞가 늘어났을 뿐이다. 신설된 간선철도는 KTX가 유일할 정도다.

또 고속철도와 수도권 전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60% 이상이 단선철도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교통시설 투자 비율은 도로가 63%인 반면 철도는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는 지난 40년간 도로를 키우는데 집중했을 뿐 철도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며 "이 결과 교통과 수송 등 물류 전반에서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결정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필요하고 사회간접자원(SOC) 재원 배분도 육상교통의 경우 철도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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