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회동 무산·상임위 보이콧…'예산정국' 급랭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2.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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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법 모색을 위해 추진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이 3일 불발되면서 예산안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심사 강행에 항의해 전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이 대통령과는 신뢰의 위기가 있어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불참 의사를 고수하자 "추후 다시 추진하겠다"며 회동 자체를 연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불참 속에 예산안과 각종 민생개혁 법안의 처리 등 당면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은 이에 대해 구색 맞추기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정 대표가 불참하는 회동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으면 왜 불참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한다"며 "단순히 밥 먹는 자리라면 연기한다고 다시 밥 먹으러 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또 "이 정권은 식사에 집착하는 '식사정권'이냐"며 "불신으로 점철된 여야 관계가 신뢰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밥을 먹는 것은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으는 회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질적인 회담 성과가 불투명하고 민주당과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다만 "회담 자체에 너무 비중을 두거나 모양 맞추기의 회담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대화의 기회는 열려 있다"며 "민주당도 함께 참여해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대화는 민주정치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상도를 벗어나는 행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여야가 오찬 회동 불참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에싼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개의를 강행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소위는 고함이 오가는 소란을 겪은 끝에 정회하며 사흘째 개의만 한 채 실질 심사를 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어 이날 오후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소집, 한나라당의 예산안 심사 강행을 비난하고 모든 상임위 활동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성장률 하락치를 반영한 재수정과 부자감세의 철회, 지방재정 감소분 및 서민보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성실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심의를 강행했다"며 상임위 활동 보이콧 배경을 밝혔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헌법에 정한 책무인 예산심사도 거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정당한 국회운영마저 파괴하는 태도는 공당이기를 포기한 처사"라며 민주당의 '시간끌기'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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