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은행 팔 뻗으면 도와줄 준비하고 있어"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2.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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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발언

- "자본 확충 한계 느낀 은행이 팔 뻗으면 도와줄 준비하고 있어"
- "정부 일찍 개입할 경우 모럴해저드 우려..은행 자구노력 우선"
- "공적자금 투입은 BIS 8% 이하로 떨어지고 국회 동의 거쳐야 가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일단 은행의 자구노력을 지켜보겠지만 은행이 도와달라고 팔을 뻗으면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본 확충 지원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이날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화된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인수하기로 한데 이어 금융기관 부실 차단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수석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일찍 개입할 경우 은행의 자구노력이 느슨해져 모럴해저드를 가져올 수 있어 지켜보고 있지만 자구노력이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이런 저런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경기둔화와 기업부실로 은행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시중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BIS 비율 때문에 기업에 대출하지 못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시중 은행의 지분 중 70-80%를 외국인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어 은행이 원하지도 않는데 정부가 먼저 나설 경우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며 "우선 개별 은행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특히 공적자금 투입 논란과 관련, "법에 의하면 정부는 은행의 BIS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져 완전히 망가진 이후에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고, 그것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수석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시중 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차단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자기자본 확충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실물경제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데, 시중은행이 자기자본 확충에 매달려 기업 대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의 고민을 해결할 몇 가지 조치를 취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지원해 주면 시중은행의 BIS 비율이 올라가게 되고, 여유가 생긴 은행이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S 비율은 은행이 대출·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아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국제적인 건전성 지표인데, 최소 8%는 넘겨야 한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과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BIS비율을 12% 이상 쌓도록 권고하고 이보다 떨어질 경우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기업도산 등이 잇따르면서 일부 은행의 BIS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하향추세가 뚜렷해지자 은행들은 신규대출을 자제하고, 기존대출을 회수하는 등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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