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한파 녹일 '선제 대응' 절실한 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1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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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강국 KOREA] 2부 - 위기는 기회다 <1>

글로벌 금융위기가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에 침투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금융시스템이 거꾸로 침체를 확대하는 도관으로 변모한 양상이다. 경기침체보다 두려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정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잇따랐지만 신용시스템 마비를 동반한 이번 위기는 '전대미문'의 성격이어서 그 대응 역시 '전대미문'이어야 한다는 주문이 적잖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는 한국에 이번 파고는 금융 선진화, 경제 선진화를 이루는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움트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의 쓰나미가 세계를 덮치고 있는데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이 안전지대로 남아있을 리 없다. 들려오는 것은 우울한 소식뿐이다. 올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3.7% 줄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내수불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데 한국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은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18.3% 급감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이 27.8% 격감했다.

설상가상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조차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80년과 1998년 마이너스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은 더하다. 건설사나 조선사의 부실은 이미 드러났고 철강이나 자동차업계는 수요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잔업·특근을 중단하고 조업일수를 단축하는 등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실물부문의 부진과 침체가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돼 다시 실물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국내경제가 악화되면 일본계 은행들이 결산시점인 내년 3월쯤 보유 중인 국내채권을 일시에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3월 위기설'이다. 감산과 투자부진으로 내년 초 실업대란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위기설을 지피는 또다른 요인이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한 모임에서 "내년 2월이 되면 대졸실업자들이 쏟아지고, 3~4월이 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는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총괄 지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지체없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요국의 정책당국은 이미 과감한 확대금융·재정정책을 조기에 실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현재 1%인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호주·캐나다·중국중앙은행 등도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자세다.

정작 우리나라 정책에선 이런 비장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은 '견위수명'(見危授命·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던진다)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며 위기극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한편으론 기업을 죽이지 말라는 헷갈리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지만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수술보다 통원치료로 가능한 때고, 정부가 나서서 정리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부총리의 "지체 없는 정부 개입" 주문과 대조된다. 상황인식부터 다르니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때늦은 처방과 주먹구구식 대응은 위기를 더욱 부풀릴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시중은행의 자본을 과감히 확충해주고, 기업의 옥석도 서둘러 가려 경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 위기설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한몫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관료나 권위있는 전문가의 분석보다 '미네르바'라는 재야 익명 논객의 말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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