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내리더라도 효과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2.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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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11일 금통위서 0.5%p 인하 기정사실화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하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인하 효과가 기대 만큼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제적이고 큰 폭의 금리인하를 통해 '돈맥 경화' 현상을 풀어 달라는 주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폭이 0.25% 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 10월 27일 0.75%포인트를 인하하는 '깜짝쇼'를 펼쳤지만 신용 스프레드(채권간 금리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효과가 크지 않은데 공연히 '실탄'만 소모할 수 있다는 우려다. 차라리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위축이 본격화할 내년을 위해 여유를 남겨두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실물경제 회복에 한계가 있다며 시중에 자금이 돌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자료: 한국은행▲자료: 한국은행


◇"세게 함 쏴 달라"= 시장에서는 0.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2일 3년물 국고채금리는 전일 대비 0.26%포인트 내린 4.44%로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에 금리인하 재료가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을 보면 0.5%포인트 인하가 대세"라며 "이왕 이면 대세에 따라 대폭 낮춰주기를 시장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유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 원자재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어진 만큼 금리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커진 상태라고 전했다.


비록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로 여전히 높은 상태지만, 은행들이 단기외채를 지속 상환함에 따라 달러수요가 감소해 그만큼 환율상승 압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최 파트장은 "외국인의 국내 이탈 물량과 속도도 차츰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수요는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매 '축소된 균형'을 보이는 상황인데, 이럴 때 선제적이고 과감한 금리인하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게 시장 요구"라고 말했다.

◇"내리긴 내리는데…"= 지난 10월 0.75%포인트를 인하했지만 시중 유동성은 실물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한은을 통해 은행으로 공급된 자금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한달간 은행들이 한은에 판 환매조건부채권(RP) 규모는 총 46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이 한은에 맡긴 예치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5조원 어치다. 기준금리인하를 통해 추가 공급된 자금들이 한은과 은행들 사이에 '핑퐁게임식'으로 오가는 셈이다.

은행으로 돈이 풀렸지만 3년물 회사채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지속중이다. 이달 2일 현재 8.86%를 기록했는데, 안전자산인 3년물 국고채 수익률과 4.42%포인트나 차이난다.

은행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연말 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나서고 있고,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불확실성 때문에 기존 대출 회수, 신규 대출 최소화 등 몸사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금통위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인하는 시중 유동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데,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시장에서 금리의 대폭 인하를 요구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단견"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우선순위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리인하는 주로 △실물경제 부진의 완화 △은행 자금조달 용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정책금리를 내렸지만 은행채와 전환사채(CB) 등 신용 위험이 반영된 채권의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를 통한 채권시장 활성화보다는 직접 유동성 보강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 및 감세 정책을 펴는 게 나을 것"이라며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금리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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