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2.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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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강국 KOREA] 2부 - 위기는 기회다 <1>

미국발 금융위기는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외화유동성이 경색되고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은 잔뜩 몸을 사리고 있고, 대기업조차 현금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고용시장마저 불안해져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 원/달러 환율은 1월3일 843.4원에서 12월31일 1695원으로 101% 급등했다. 올들어 원/달러 환율은 1월2일 936.9원에서 지난 2일 1464.5원으로 56.3%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97년 1월말 686.80에서 12월말 376.30으로 45.2%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월 1624.68에서 11월말 1076.07로 33.8%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가 장중 2085.45까지 오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증권시장은 1년새 '반토막' 난 셈이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월 41.8%로 97년 6월의 48.0%에 육박했다. 단기간에 해외에 갚아야할 빚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국민소득(GNI) 대비 총외채비율은 지난해말 39.3%를 기록하며 이미 97년(33.9%) 수준을 넘겼다. 경상수지 적자도 올해 10월까지 90억1000만달러에 달하면서 97년 82억9000만달러 수준을 뛰어넘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 위기는 11년 전과 발생 원인부터 다르다. 당시는 과도한 차입에 의존하던 기업의 부실, 외화유동성 관리 실패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정부는 시중은행에 빌려준 외환보유액의 운용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같은 외환위기는 금융위기로 전이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부실과 빚을 갖고 있던 금융기관과 굴지의 대기업이 대거 사라졌다.

반면 최근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었다. 2001년 정보통신(IT)거품 붕괴의 후유증을 막기 위해 미국은 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저금리 자금은 부동산에 투기적으로 몰리며 거대한 거품을 만들었다. 투자은행(IB)들이 만들어낸 파생상품은 이 거품을 더욱 키웠다.

우리 경제의 체질 역시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기업 및 금융권의 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97년말 424.6%에 달하던 기업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96.4%로 낮아졌다. 또 97년말 7%에 불과하던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말 현재 10.79%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웃돈다는 점도 불행 중 다행이다. 97년 333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은 올해 11월말 현재 2005억1000만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중 단기외채 비중도 97년 9월 264%에서 올해 6월 68.1%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위기에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연구소는 펀더멘털을 고려한 종합금융안정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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