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부실 전에 '외양간 고치기'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12.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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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15곳 자본확충 권고.. 금융환경 악화대비 연내 마무리

최근 금융위기와 맞물려 재무건전성이 낮은 보험사들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자본확충을 권고받으면서 위기감이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번에 자본확충을 권고받은 회사는 생보사 9곳, 손보사 6곳이다. 이들은 올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상반기 결산달인 9월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도는 회사다.



감독당국은 내년에 금융환경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가급적이면 연내 자본확충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행히 해당 보험사들도 대부분 자본확충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11월까지 보험사들이 확충한 자본은 1조1621억원에 달한다. 생보사가 7607억원, 손보사가 4014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12월에도 생·손보사들은 6953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도는 15개 보험회사 중 공개적으로 자본확충 계획을 밝힌 곳은 ING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하나HSBC생명 등이다.



지급여력비율이 104%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ING생명은 올해 안에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특히 ING그룹 본사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선제적 지원을 받은 후 ING생명의 자본확충을 결정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ING생명은 올 초에도 4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지급여력비율이 128.8%인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안에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권고가 들어오기 전부터 유상증자가 검토됐다"며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지급여력비율이 200% 가까이 올라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나HSBC생명도 200억~3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할 방침이다. 크리브 바니스터 HSBC그룹 보험부문 총괄대표는 최근 한국을 방문,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서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9월말 현재 하나HSBC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12.9%다.


이밖에 뉴욕생명이 300억원의 자본확충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생명은 245.4%로 지급여력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여유 있을 때 미리 자본을 확충해 더욱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보사 중에서는 제일화재가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제일화재는 9월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118.5%로 1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제일화재는 당장 증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일화재 관계자는 "대주주가 한화 쪽에 의결권을 이양한 상황에서 증자할 여력이 없다"며 "일반투자자들을 증자에 참여시키더라도 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 전량 소화하기 힘든데 나머지 물량을 대주주가 받을 여력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제일화재가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화손해보험과 합병한 후 증자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손보와 합병이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금감원에 사업비를 절감하고 이익을 극대화해 지급여력비율을 150%에 맞추겠다고 보고했다"며 "지급여력이 악화된 것도 새누리저축은행의 적자를 메꾸느라 허덕인 탓인데 새누리저축은행을 한화그룹이 인수했기 때문에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급여력비율이 141.4%를 기록하는 롯데손해보험은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그린손해보험은 지급여력비율이 162.3%로 150%를 넘는 수준이지만 500억원 수준의 자본확충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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