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출업체, '고민 깊어가네'

산업부 2008.1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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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 부문의 장비업체들이 부심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거나 중국을 생산기지화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TV, LCD, 휴대폰 세트 및 부품업체들의 경우에는 원재료 외에는 수출통계에 직접 잡히지 않지만 중국 현지공장에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중국수출 침체의 영향을 적잖이 받고 있다.



중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A사의 B 부사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이 15%, 대만이 25% 등 총 40%가 중화권에 공급되고 있는데 이들이 중국 내수 침체에 따라 투자를 연기하거나 줄이면서 대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B 부사장은 "중국이나 대만에서 일본 장비업체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엔화의 강세 및 원화 약세로 수출 가격경쟁력은 매우 높아져 유리한 상황이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같은 호기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그동안 일본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으나 환율의 수혜로 과거에 비해 30~50%까지 가격 경쟁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중국이 내수침체를 이유로 투자를 미루거나 줄이면서 이같은 수혜를 눈뜨고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올해 1000억원 정도의 수주 잔고를 갖고 있는 C사의 D 부사장도 "중국 티엔마 등 LCD 제조업체들이 투자 시기를 조절하는 등 장비 수출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C사의 경우 한꺼번에 몰렸던 수주 물량의 분산효과로 인해 장비선적 등에서는 오히려 부담을 줄인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9월 이후 신규수주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이전에 수주한 물량으로 내년말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신규로 수주하는 물량이 줄어들어 내년말 이후 수출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TV, LCD 세트 업체들의 경우 중국 현지 공장 생산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수출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중국 내수 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침체될 경우 미국의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실물경제의 위기가 올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경우 석유화학 시장의 침체로 원료가 되는 나프타의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나프타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월 16.4%의 증가율을 보였다, 9월 -65.1%, 10월 -41.2%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에 석유 정제시설과 석유화학 설비가 대폭 증설될 예정이어서 수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수출 지역 다변화와 내부 원가 절감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겠지만 경기침체가 전세계적인 현상이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우려했다.

철강업계의 대(對) 중국 수출에도 먹구름이 끼어있다.

철강업계는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용 철강제품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봉강, 형강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이 중국쪽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판 비중이 많은 포스코는 아직까지 영향이 크지 않지만 내년부터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작기계, 운반하역기계, 냉동공조기계 등 일반기계류의 경우 중국 제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수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일반기계류의 지난 3분기까지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늘었다. 하지만 10월 -16.9%, 11월 -25.4%로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 11월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금속 프레스 73%, 굴착기 52.5%, 반도체 제조용 장비부품 47.1%가 각각 하락했다.

한국건설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매년 30% 씩 늘었던 중국 제업의 고정자산 투자가 10월부터 28%를 기록하는 등 떨어지고 특히 반도체나 전자업체의 부진이 일반기계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상태가 12월에도 이어지면 올해 대중국수출 증가가 지난해 대비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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