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한파에 넉다운, S&P500 9% 폭락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2.0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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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7.7%·나스닥 9% 급락, 유가 50弗 하회… 경기침체 공포

12월 첫 날, 뉴욕 증시는 매서운 한파를 실감했다. 뉴욕 증시 주요지수는 이날 폭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하루새 680포인트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무려 8%대 급락했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지난주말보다 679.95포인트(7.7%) 빠진 8149.09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8.93% 급락한 816.2로, 나스닥지수는 8.95% 밀린 1398.07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상승폭의 절반 가량을 이날 하루만에 날려버렸다.



이날 장중 발표된 제조업 관련 지표가 26년래 최악을 나타내면서 장초반 지수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캐터필라 등 대형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안보팀 인선을 확정, 발표했지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또 장 후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가늠하는 전미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NBER은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라 73개월간 지속됐던 경기 확장 국면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끝났다"며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샘 스토발 선임 전략가는 "전세계 경기 침체가 얼마나 깊게, 얼마나 더 길게 갈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11월 고용지표가 나오는 금요일까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는 제조업 경기가 악화된 데다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감산을 연기한 여파로 9% 급락, 배럴당 50달러 선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관련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 제조업 금융·에너지 '우수수'= 제조업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GE는 9.8% 급락했다.

세계 최대 불도저 생산업체인 캐터필라는 13.6%,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10.8% 각각 하락했다.

S&P500의 금융주지수는 17% 빠지면서 지난 19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22% 급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1% 떨어졌으며 JP모간체이스는 은행 부문 실적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17.5% 급락했다.

장초반 선방했던 자동차주들도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포드는 유럽 자회사인 볼보를 매각키로 했다는 소식에 10% 가까이 급등했지만 장 후반 하락반전해 결국 5.2% 약세로 마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장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12.4% 하락했다.

◇ 유가, 배럴당 '51달러' = 국제 유가는 9%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50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일정을 연기한 데다 이날 발표된 제조업 지표가 26년래 최악을 나타내면서 유가 낙폭이 확대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IT) 1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05달러(9.3%) 하락한 49.38달러로 정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7월 고점인 150달러 대비 66%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앞서 OPEC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달 2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긴급 회의에서 추가 감산 결정을 2주 뒤인 이달 17일 회의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씨티선물의 팀 에반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OPEC은 감산 일정을 미룸으로써 유가를 지지할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MF글로벌의 로버트 러플린 브로커는 "OPEC은 원유를 살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침체는 빠른 속도로 깊어지고 또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OPEC은 앞으로도 유가가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 급락에 따라 에너지주가 약세를 나타냈다. 셰브론이 8.8%, 엑손모빌이 6.8% 하락 마감했다.

◇ 제조업 경기 '26년래 최악' =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는 11월 제조업지수가 전달 38.9에서 36.2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2년 이후 최저치이자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37을 밑도는 수준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내 20개 업종 300개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경기가 개선될 지 여부를 조사해 매달 발표하는 수치다. 5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경기 위축을 각각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영국 유로존 러시아 등지에서도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제조업 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금융 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 경기 침체가 각국 기업들의 내수 판매와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건설 지출은 전월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인 1% 감소보다 악화된 것이다. 전달에는 이전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 엔화가치 급등 = 달러화 가치가 엔화 대비 큰폭으로 떨어졌다. 경기지표가 악화되면서 미 증시가 급락하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투자 자금이 몰렸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날 오후 3시 48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2엔(2.42%) 하락(엔화가치 상승)한 93.21엔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는 최근 1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증시 폭락으로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마련돼 엔화 가치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는 유로화대비 소폭 강세를 보였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62센트(0.49%)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2628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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