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격돌 '초읽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1.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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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정부 첫해·18대 첫 정기국회…여야 '기싸움' 극한 대립
- '몸싸움' '날치기' 구태 재연될까 우려
- "여야 지도부 상황인식·결단에 달려"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법정시한 내 처리(12월2일)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정기국회 회기 안에는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꼼꼼히 따지겠다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 예산 부수 법안과 'MB(이명박 대통령) 개혁법안' 등 여야 입장차가 큰 문제가 줄줄이 따라붙으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기국회 종료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있으면서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MB정부의 첫 해 마감이자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여야 간 '기싸움'이 파국으로 치달을 기미도 보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초반 '샅바잡기'에서 한 치 양보도 없는 태세다.

일각에선 '몸싸움', '날치기'의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연말 국회는 여야 간 쟁점 법안 심사와 맞물려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는 면이 있지만 이번엔 한층 더 심하다"며 "경제위기로 여야 모두 부담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굵직한 법안 처리와 겹쳐 극한 대립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하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 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는 연말 정국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제출된 수정예산안에 대해 재수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으면 계수조정위부터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며 강행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한나라당 7명, 민주당 4명, 선진과창조의모임 1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계수조정소위와 본회의에서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정국 경색의 부담이 있지만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순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국민이 왜 한나라당에 172석을 줬는지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선전포고성 발언을 한 데 이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12월9일을 넘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여당이 정기국회 막판에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묶어 극적 타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당내 전반적 기류는 상임위별로 의견을 절충하면서 처리는 당 지도부의 국회 대응전략에 따라 하려는 게 아닌가 한다"며 이 같은 '패키지 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여당으로선 종부세 등 예산 부수 법안은 물론 MB개혁법안의 상당수를 포기하거나 훼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이는 여권 전반의 무기력감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 일정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에 지금부터 심사를 해도 잘해야 크리스마스(12월25일) 전까지 처리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정기국회 회기 내 타결 가능성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야당과 협상, 대화하겠지만 현재로선 부정적인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결국 지도부의 상황 인식과 결심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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