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인정]불치환자 죽기 전 1년간 3천만원 쓴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11.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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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논쟁을 야기한 범인은 다름아닌 현대의학 기술의 발달이다. 의술이 발달하며 치료는 불가능하더라도 생명유지장치 등을 통해 그야말로 목숨만 부지하고 사는 환자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다. 국립암센터 '말기 암환자 의료비 지출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가 사망 1년 전부터 사망때까지 치료비 등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2780만여 원에 이른다. 특히 마지막 한 달 동안 전체 비용의 36.3%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이같은 소비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암센터 측은 "사망 직전 한 달 동안 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대부분 불필요한 의료이용 탓"이라며 "이런 비용 마련을 위해 해마다 3만여 가구가 그동안 모아둔 저축의 대부분을 쓰고 집을 줄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무의미한 연명의 거부',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등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연장가능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인 만큼 형법상 살인죄, 촉탁살인죄, 살인방조죄에 저촉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조기퇴원시켜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환자 보호자와 담당의료진에게 살인죄와 살인방조죄 등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최근에는 말기암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환자 본인의사로 거부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도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환자 자기결정권에 의거해 중단하는 '존엄사'에 대해서는 일정 요건 하에서 허용하는 추세다. 독극물 등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미국의 경우 식물인간 상태로 15년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것에 대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2005년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테리 시아보' 사건이 그것이다. 반면 불치병 환자들의 자살을 돕는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살인죄를 적용했다.

영국의 경우 19세기 말부터 논쟁을 지속해왔으며, 합법화하려는 입법제안이 몇차례 있었으나 지금까지 법률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단, 3년이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자에게 영양공급장치를 제거해도 좋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미국처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의 경우 1996년 안락사를 법제화했다가 6개월만에 폐기했다. 하지만 호주연방 8개주 중 3개주가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하는 의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환자의 참기힘든 고통과 죽음의 임박성, 본인의 의사, 고통제거수단 유무 등에 의거 존엄사를 사회적으로 인정한다.

네덜란드는 가장 적극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2000년 11월 세계최초로 불치병 환자의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치료가 불가능하며, 고통이 심하고, 환자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동의할 경우 안락사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96년부터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2565건의 안락사가 있었으며, 이들 중 90%는 말기암 환자이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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