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취소,자금압박…개성공단 '3중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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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업체, 중소기업중앙회 찾아 대책 요청
-"정치에 희생" 정부에 섭섭함도

▲27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대표단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말을 듣고 있다.▲27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대표단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말을 듣고 있다.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브랜드에서 내년 봄옷 생산 주문을 취소했다."(개성공단 입주업체 A사 대표)

"북측이 육로 통행을 제한한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 기술보증기금에서 자금지원 계획을 보류한다고 연락이 왔다. 개성공단 상황이 불안하다는 이유였다."(B사 대표)



27일 오전 11시30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을 찾았다.

이들은 김기문 중앙회장을 만나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심리적 위기감에다 주문 취소, 대출 경색 등 실질적 어려움이 겹친 3중고를 호소했다.



거래처에서 주문 취소 통보를 받은 의류생산업체 A사 대표는 "거래처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한순간에 회사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계약이 취소되면 어떻게 대책을 세우느냐"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 B사 대표도 망연자실했다. 회사 운영자금을 융통하려고 기술보증기금에 대출을 요청했지만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개성공단과 연관돼 자금 수급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중앙회가 금융권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려움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다른 회사에도) 주문 축소가 많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표단은 일제히 "다들 그렇다"고 답했다.


협의회는 개성공단이 곧 폐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3중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불안감에 국내외 거래처와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 공단 폐쇄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들에겐 고통스럽다.

협의회장인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개성엔 인프라가 부족해 모든 것을 국내에서 구매하는 데다 세금도 국내에 낸다"며 "국내 기업 수천개가 같이 먹고사는데 개성공단 업체 88개만 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부회장인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공장을 증축하고 있어 오늘도 기계를 개성에 보냈다"며 "이런데도 공장 문을 언제 닫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C사 대표는 "왜 정치적 이념대립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가"라며 "전 재산을 털다시피 해서 갔는데…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 대표단 25명은 △안정적 인력 수급을 위한 근로자 합숙소 착공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이행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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