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적극 나서지 못했다. 정부가 은행의 자본을 보강해 BIS비율을 크게 높이면 은행의 기업 대출여력도 그만큼 커진다.
정부는 다만 이번 자본확충 검토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비쳐지는 데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은행이 아직 건실한 데다 자칫 주주 반발이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IS비율이나 회계기준 등과 같이 불경기 때 금융회사가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도들은 금융안정화포럼(FSF) 활동 등을 통해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8% 이상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이 BIS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고 10% 이상이면 우량은행으로 분류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은 BIS비율을 지키기 위해 부실 발생률이 높아지는 불경기에는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BIS비율은 기본적으로 경기순응적인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 어떻게=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대가로 경영합리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배당 억제 등 자구노력을 통해 연말까지 BIS비율을 11~12% 수준까지 높이도록 했다.
문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국내경기가 크게 둔화되면 부실자산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을 고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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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은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은행을 국유화하거나 △최근 미국정부가 한 대로 은행이 발행한 우선주를 인수하는 한편 △한국은행 등을 통해 은행의 후순위채를 매입해주는 것 등 크게 3가지다.
이와 별도로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것도 우회적으로 자본을 보강하는 방법이다. 이는 은행의 자본을 직접 늘리지는 못하지만 유동성 및 건전성을 높여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도와준다.
이 가운데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BIS비율이 8%를 밑도는 부실은행이 아닌 곳은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공적자금 성격이면 국회나 국민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간단치 않다. 한은을 통한 우회지원이 검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편 한은은 최근 은행의 자본조달을 돕기 위해 은행채를 매입하고 있다. 금융위는 조만간 조성될 예정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입대상에 은행채를 올려놓았으며 산업은행을 통해 은행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