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택가격하락이 금융부실로 연결되는 통로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8.12.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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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주택가격하락이 금융부실로 연결되는 통로


지인들을 만나면, 주택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번 기회에 주택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서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부실의 우려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 30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끔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런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바로 금융부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주가 대출 원리금을 갚지 않을 경우, 저당 잡힌 주택뿐만 아니라 차주의 다른 자산이나 급여 등이 차압당하기 때문에 미국에서처럼 주택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차주가 고의적으로 원리금을 갚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부실로 연결되려면 두 가지 통로 중 적어도 하나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 통로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주택건설업체의 부실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지어놓은 주택이 팔리지 않게 되고, 주택건설업체들은 유동성 위기 속에 파산하게 된다. 주택건설업체들의 파산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 물론 외환위기 당시처럼 건설업체들의 상호 보증에 의한 연쇄부도 가능성은 낮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이라는 뇌관은 대규모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통로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부족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1/4이 단기대출(만기가 3년 이내)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금융기관들은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담보부족을 이유로 대출원금의 부분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문제는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의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대출원금의 부분상환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금의 이자 지불액이 증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변동금리 조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계가 이런 금리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다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물경기의 침체는 가계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다. 이자 지불액은 늘어나는데 소득은 감소하고, 여기에다 대출금의 일부를 갚으라고 하면 가계는 파산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가격 하락이 가계부실을 통해 대규모 금융부실로 연결되는 것이다.

첫 번째 통로에 의한 금융부실 가능성은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지원을 해도 생존 불가능한 기업과 지원을 하면 생존 가능한 기업을 골라내고, 부실한 자산과 우량한 자산을 분리시켜 첫 번째 경로에 의한 금융부실 가능성을 차단해야만 한다. 쉽지 않은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썩은 곳을 찾아내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통로에 의한 금융부실 가능성은 아직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현실화될 수밖에 없는 위험이다. 문제는 두 번째 통로에 의한 금융부실 가능성은 외과적 수술로는 제거할 수 없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통로가 현실화되었을 때의 파급효과는 첫 번째 통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파괴적이다. 두 번째 통로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넘어서서 사회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해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해외부문의 충격을 부분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침체의 속도를 늦추고,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며,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 부족분을 공적 보증으로 대체해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가계의 구조조정이 선결요건이라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제방이 무너지고 나면, 그 어떤 대책도 무너진 제방을 대신할 수 없다. 사후수습책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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