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0~50%"..착한 소비시장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8.11.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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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 HIM을]<1-2>급성장하는 윤리적 소비시장

"성장률 10~50%"..착한 소비시장


전 세계에 경제한파 속에서 전년대비 적게는 10%대 크게는 15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 있다. 생활협동조합, 공정무역 제품 등 윤리적 소비자 시장이다.

세계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한 지난 10월, 아이쿠프(icoop)그룹의 월 매출액은 12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53.5%가 증가한 규모였다.



아이쿠프그룹은 생협연대, 생협물류서비스, 농업법인 '생협S&D'과 급식법인 등 친환경 영리법인들과 생협연구소, 생협연합회 등 비영리단체들 9곳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0~20%대 성장세를 보였던 아이쿠프 매출의 전년 동월 대비 성장율은 5월 이후 30%대를 넘더니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일어난 9월엔 49%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아이쿠프 그룹은 지난 10월까지 10개월 동안 2007년 한해 매출을 뛰어넘는 1015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국내 대표적 생협인 한살림의 매출 역시 지난 9월엔 25.6%, 10월엔 16.7%의 전년 동월 대비 성장율을 기록했다. 한살림은 올해 10월까지 총 824억원의 물품을 회원들에게 공급했다. 이 역시 지난해 연 매출을 능가하는 규모다.

생협 조합원 수도 증가세다. 두레생협의 신규 조합원은 올해 들어 1개월에 1000명여명씩 늘어났다. 지난해 증가세의 2배였다. 멜라민 파동 직후인 10월엔 신규조합원이 1800여명 늘어 두레생협 총 조합원수는 5만8147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호황'이 한국 바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이브닝클로니클(evening chronicle)은 온라인쇼핑몰 에티컬슈퍼스토어(www.ethicalsuperstore.com)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지난 6월 에티컬슈퍼스토어의 연 매출은 2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45억5100만원을 넘었다. 2005년 영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년 동안 8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연 매출 성장율이 150%에 달하는 셈이다.

비즈니스매거진 편집장 출신인 빅 모건(Vic Morgan), 하버드 MBA 및 벤처경영인 출신인 앤디 레드펨(Andy Redfem)은 2004년 이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특이한 구호를 내세웠다. '당신이 믿는 것을 사라(Buy what you believe).' 그러면서 이들은 3500여가지의 공정무역 상품, 유기농 혹은 친환경 상품을 판매했다.

이들은 이러한 사업모델로 100만 파운드, 우리 돈 22억7500여만원을 투자 받는 데에 성공했다. 영국의 투자자들은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윤리적 상품, 공정무역 상품 시장(ethical and fair trade products market )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2007년 영국의 윤리적 시장은 290억 달러, 우리돈 약 42조9200억원 규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협동조합 소비자들과 공정무역 혹은 윤리적 제품 소비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품을 제품만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만드는 것', '가치'로 본다는 점이다. 즉,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라도 제품을 만드는 공급자들에게 공정하고 윤리적인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한살림과 두레생협 회원인 이지련(38)씨는 "뭐니뭐니 해도 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 때문에 생협에서 구매한다"면서도 "유기농 농부들을 돕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 농사가 워낙 어려워서 농사짓는 걸 포기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소비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혁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생산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품, 그저 물류센터 마크나 브랜드 마크만 찍혀오는 상품이 아니라 뭔가 가치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대부분의 생협 조합원들은 처음엔 내 몸, 내 가족에 대한 소중함에서 생협 활동을 시작해서 우리 지역의 소시민, 빈곤층으로 가족의 개념을 확장시켜간다.

최 위원장은 "협동조합들은 관계 형성을 중시한다"며 "이 속에서 소비자들은 '생산자가 유지되지 않으면 내가 먹고 싶어도 계속 먹을 수 없고 내 이웃이 계속 가난하고 소외돼 있으면 내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에티컬슈퍼스토어 역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생협과 비슷하다. 구매-판매 행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제품 안전, 경제 위기의 불안 속에 신뢰와 윤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인간적인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살림 생산지를 방문하여 메뚜기 잡기와 벼 베기 체험을 하고 있는 서울 한살림 조합원 자녀들. ⓒ한살림↑한살림 생산지를 방문하여 메뚜기 잡기와 벼 베기 체험을 하고 있는 서울 한살림 조합원 자녀들.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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