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질타, '금융당국 갈등' 해소될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이상배 기자 2008.11.27 11:38
글자크기

"경제난국에 당국 불협화음 위기 증폭"

"위기 극복을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 간 경계가 있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난국과 관련해 부처간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들 3개 기관의 갈등이 진정될 지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 당국간 경쟁과 불협화음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이라는 말조차 나올 정도로 경제부처와 한은은 서로 비판하며 공개적인 '흠집내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한은과의 갈등 앙금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재정부 등에서는 이성태 한은 총재가 참석할 필요가 있는 자리조차 마련하기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실무 선에서조차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대화와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 "라며 "지금처럼 엇박자로 흘러가면 위기 극복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키울 판"이라고 우려했다.



◇집중 성토당하는 한은= 재정부 관계자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위기상황에서 한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아 아쉽다"며 "지금은 주가가 올라야 원/달러 환율도 안정된다는 점에서 금리인하가 환율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2%포인트 정도 공격적으로 내리면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대한 시장 평가는 훨씬 싸늘하다. A 증권사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유동성 공급을 필요로 한다"며 "한은이 (채안펀드 조성과 관련해)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마지못해 끌려가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시장 가격이 내리면(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은 강한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데, 미온적인 한은의 일처리를 지켜보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렸음에도 중장기 채권금리가 연동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불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은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넉넉한 툴(유동성)을 확보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며 "금융당국간 불협화음이 있다 해서 팔짱 끼고 한발 물러서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한은이 현재 위기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시장 비판의 핵심"이라며 "'만약 이러이러하다면 행동에 나서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로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록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은의 접근과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단기 위기가 증폭된 상태에서 미온적인 대응을 할 경우 자칫 위기와 침체 국면을 더욱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필요할 경우 어느 어느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시장 불안을 잠재울 시기"라며 "정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개최일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시장 요구를 제때 반영하는 신속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C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는 재정부, 금융위, 한은이 저마다 다른 시각을 갖고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내놓는 것이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며 "한은이 지금처럼 어정쩡한 기조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다가는 금융시장 안정, 환율 안정, 물가 안정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풀까=한은은 발권력을 갖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재정부 등 다른 금융당국이 한은에게 애타게 '긴급신호(SOS)'를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서 이 같은 요구가 마뜩잖다. "구조조정의 원칙과 틀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따른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조건 돈부터 달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재정부와 금융위는 한은이 '최우선 현안에서 발을 빼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탄을 확보해야 구조조정 원칙과 틀을 확정할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말로만 외친다고 시장에서 믿어주겠냐"는 입장이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모적인 논리 싸움을 접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공조체제를 구축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란 얘기다.

D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면 으레 금융당국간 마찰과 그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는 대화가 오간다"며 "각 부처를 뛰어넘는 최상급 성격의 구조조정 총괄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간 갈등 양상은 매우 첨예한 듯 하지만 실제 구조조정과 관련한 입장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상호 입장 차이를 냉정하게 확인하면서 그 속에서 타협점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