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교수 "정부 환율 개입 말아야"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11.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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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美 자동차 위기, 한국에 기회".."한국 내년 2% 성장"

"정부에서 환율 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손성원 교수 "정부 환율 개입 말아야"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26일 굿모닝신한증권이 개최한 '2009 리서치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낭비하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환율 등락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를 고쳐야지 정부가 외화를 사고 판다고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끼어들면 시장 참여자들이 큰 흐름에 적응하는데 시간만 더 걸려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 정부의 환율 개입, 연기금의 주식 매입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식이든 환율이든 자본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데, 가장 정확해야 할 가격이 정부가 개입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증권시장에 관여하는 것도 좋지 않다.



-향후 몇년을 고려할 때 현재 경제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요타가 1990년대 불경기에 '렉서스'를 만든 후 점유율을 늘리고 마진을 높였다. '아이팟'은 2001년 닷컴버블이 깨질 때 나왔다. 지금 경제상황이 안좋다고 회사들이 포기할 게 아니라 새 상품과 새 시장을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 주택시장 회복은 언제쯤으로 보는가.
▶미국 주택시장에도 희망이 있다. 최근 주택 매매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이 올라가기 위한 선결조건은 매매가 되는 것이다. 내년 중순경에는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집값 하락이 초래했던 많은 문제들이 줄어들고 해소될 것이다. 미국은 고용의 1/8이 집에 달려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빅뱅'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을 말하나.
▶과거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빅뱅’ 플랜을 내놨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때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줬기 때문이다.


오바마도 취임 전 '빅뱅' 정책의 일환으로 7000억달러 구제금융에 이어 3000억~5000억달러 더 쓸 예정이고, 인프라·에너지·헬스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한꺼번에 과감한 '빅뱅'식 정책을 펴면 낮아진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

-한국도 이 같은 '빅뱅' 정책이 필요한가
▶한국에도 이 같은 방법을 권하고 싶다. 글로벌 경제 ‘쓰나미’를 한국이 극복하자면 금융·재정정책을 조금씩 내놓을게 아니라 한꺼번에 과감하게 펴야한다. 앞으로 악화될 경제상황을 예상해 과감한 정책을 내놓는 게 진짜 리더십이다. 이자를 0.25%포인트 내리고 좀 있다가 또 0.5%포인트 내리고 하는 이런 옛날 방식은 '빅뱅'이 아니다.

재정의 경우에도 감세정책 등을 과감하게 미리미리 펴야한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위기는 한국 금융산업에 기회다.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제조가 아니라 금융, 유통 등 서비스업종이 발전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나가서 사람도 구하고 해외 금융사들도 사들여야 한다.

규제는 오히려 더 풀어줘야 한다. 규제를 더 강화하면 금융시장이 위축돼 상황을 장기적으로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금융계에서도 글로벌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규제가 많아도 안되지만 다만 헤지펀드에 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제일 큰 걱정은 수출 감소다. 내년에는 한국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는 안되겠지만 2% 정도 되면 잘한 것이다. 상황이 나쁘지만 그래도 정부가 내수 부양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2%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주식시장은 선행하기 때문에 경제가 내년 중순이나 하반기에 바닥칠 것으로 본다면 주식시장은 그 이전에 바닥칠 것이다.

하지만 옛날처럼 그렇게 큰 폭으로 바닥을 치고 상승하진 않을 것이다. 디레버리지(차입축소) 과정이 몇 년간 걸쳐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 약세장(secular bear market)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 자동차업계가 현 상황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GM은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부분매각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업계에서 보면 훨씬 싼 가격에 매물들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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