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연준 대책 불구 '숨고르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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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S&P, 3일째 상승..기술주 약세로 나스닥 하락

이틀 연속 폭등세를 이어갔던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000억달러 규모의 대출 지원책을 발표하고 컨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외로 개선되는 등 호조가 투자심리를 유지시켰다.

그러나 이틀 상승폭으로는 198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던 급등세에 대한 경계매물이 지수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하향된데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가세했다.
기술주 악재가 겹치면서 나스닥 지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시스템즈의 공장 가동 중단 계획소식이 악재가 됐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도 실적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하면서 주가가 하락, 기술주 약세에 기여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36.08포인트(0.43%) 상승한 8479.86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사흘연속 상승한 것은 8월말 이후 처음이다.

S&P500 지수 역시 5.58포인트(0.66%) 오른 857.3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만 7.29포인트(0.50%) 하락한 1464.73으로 장을 마쳤다.



개장전 발표된 연준의 대출지원책 여파로 뉴욕증시는 강세출발, 한때 다우지수 상승폭이 세자릿수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경기침체 우려와 더불어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이 흘러나오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 악재가 부각되면서 장중반 이후 등락을 반복한 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 연준 대책 효과..금융주 강세

연준의 시장안정대책 발표로 금융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이어갔다.


FR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대출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 보증 모기지 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으로부터 6000억 달러의 채권과 모기지증권(MBS)을 매입하는 한편 중소기업 및 소비자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 달러의 프로그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정부 구제책으로 60% 가까이 급등했던 씨티가 이날도 2.2% 상승세를 유지하는데 성공했고, J.P모간이 7.9%, 뱅크오브 아메리카가 1.4% 오르는 등 주요 대형 은행들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골드만삭스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처음으로 활용, 2012년 만기 채권 5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고 밝히면서 6.4% 올라섰다.

제너럴 모터스는 0.8% 떨어진 3달러56센트에 마감한 반면, 포드자동차는 자사의 현금 상황이 GM이나 크라이슬러보다 훨씬 낫다고 밝히면서 6.4% 올랐다.

기술주의 부진은 시스코시스템즈가 수요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4일간의 공장 가동 중단을 계획하고 있다는 UBS 발표에 크게 영향 받았다. 시스코 주가는 5.9% 하락했다.

전날 장마감후 4분기 PC 판매가 10% 증가한 11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휴렛팩커드는 5.8% 떨어졌다. 실적은 좋았지만 이날 발표된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이 영향을 미쳤다.

◇ 유가 급락, 달러 약세..'GDP 하향, 연준 발표'

수요감소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전날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73달러(6.8%) 급락한 50.77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50.52달러까지 하락, 50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소비지출이 30년만에 최대폭 감소한 여파로 하향 수정됨에 따라 수요감소 전망이 확산됐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발표(27일)를 앞두고 원유 공급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약세 원인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8천억달러 규모 자금지원 계획 발표 여파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9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17센트(0.9%)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306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2.11% 급등했다.

6개국 주요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DXY)는 1.6% 하락했다.

◇ GDP 잠정치 하향..소비신뢰지수는 깜짝 개선

11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38.8에서 44.9로 깜짝 개선됐다. 휘발유 가격 하락세와 대통령 선거 종료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 감소가 고용과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소비자신뢰지수가 오히려 38로 전달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전달 발표된 잠정치인 -0.3%보다 악화된 -0.5%(연율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예측한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치하는 수준이지만 지난 2001년 경기침체 시기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는 2.8%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0.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경기부양대책으로 각 국 정부가 감세와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20개 대도시 지역의 집값을 반영하는 S&P/케이스실러 지수도 9월 전년동기대비 17.4% 급락하며 사상 최대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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