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8천억불', 재무부 '7천억불'과의 차이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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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활용 아닌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벤 버냉키)가 기업 및 소비자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8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키로 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미 재무부가 발의해 의회 승인을 받은 '긴급 경제안정법'상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7000억달러와 별개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매입과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25일(현지시간) 6000억달러 규모의 정부보증 모기지업체(GSE)의 모기지증권을 매입해 주택보유자들은 물론 주택 시장 안정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FRB는 이와 별개로 새로운 대출창구(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를 개설, 연방중소기업청이 보증하는 학자금과 자동차, 신용카드 등의 소비자 대출을 담보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지원에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연준이 8000억달러를 새로 투입키로 한 것은 TARP의 1차 재원 3500억달러가 은행 주식 매입을 통한 직접 자금지원으로 이미 고갈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가 TARP의 지원 대상을 부실자산 매입이 아닌 소비자 및 기업 신용경색 해소로 방향을 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2차분 3500억달러가 집행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과정에서 커다란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준의 8000억달러 지원책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행정부의 예산이 아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7000억달러 TARP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돈을 찍어서 기업 및 소비자 대출 관련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정부 예산과 달리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중앙은행 고유의 통화정책 영역으로서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에는 사실상 법적인 제한이 없다. 연준을 포함, 각국 중앙은행은 '비상시'에는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권 뿐 아니라 기업 채권 매입 등에 자금을 투입할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요청 내지는 중앙은행과의 협의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이날 연준의 발표 직후 "연준의 8000억달러 지원 프로그램이 은행들이 소비자나 기업들에게 대출을 늘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재무부도 기존의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00억달러를,
연준이 마련한 'TALF'에 지원하기로 했다.

연준은 이론적으로는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내 금융시장에 투입, 재무부의 신용완화 정책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통화 증발(增發)은 인플레이션과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이뤄지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음에도 자금이 돌지 않는 '비상상황'인 만큼,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는 '환부'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양적 완화'정책을 들고 나선 것이다.

연준의 자금투입은 화폐발행을 통해 중앙은행의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이미 기업어음 매입 등 기존 금융시장 지원책을 통해 연준의 자산은 올 들어 1조3000억달러나 증가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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