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정관변경을 의결하기까지 진통이 적지않았다. 후보자 공모기간 중에 정관을 바꾸는 것을 두고 '선거기간 중에 선거법을 바꾸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일면서 KT 이사회를 압박했다. 심지어 KT 이사회가 '특정후보 밀어주기'를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의혹의 시선은 이사회가 정관변경을 의결한 이후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움직임이다.
여기서 문제의 정관 조항(25조)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KT가 정관에 이사 자격을 규정하는 25조를 신설한 것은 KT와 SK텔레콤이 주식 스왑을 할 시절이었다. 당시 KT는 자사의 지분을 가진 SK텔레콤이 KT에 사외이사를 파견해 경영간섭이나 정보유출을 못하도록 제한하기 위해 이 조항을 만들었다. 25조에는 '이사 자격'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은 '사외이사 자격' 조항이었던 셈이다.
정관상 KT 사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은 현재 KT에 근무하고 있거나 KT 사장이 되기 위해 적어도 2년 이상 경쟁사의 사외이사를 하지 않았던 사람뿐이다. 업무영역이 통신, IT서비스, 금융, 부동산까지 총망라돼 있는 KT와 경쟁사가 아닌 곳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경쟁사 관계사 사외이사 출신까지 제한하고 있으니, 사실상 '외부인 출입금지' 조항처럼 보인다. '해당 조항의 법리 해석을 너무나 기계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문제의 조항을 CEO 선임 조건에 적용할 경우 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 경쟁사 출신이 KT CEO로 오게 될 경우 경쟁사에서 제기할 문제를 KT가 먼저 걱정하고 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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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KT 사추위가 '정관이 만들어진 의미와 이번 CEO 공모에서 정관 해석을 좀더 유연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더라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장선임이 지연되긴 했지만 이제라도 KT 이사회가 정관의 '독소조항'을 제거했으니 그나마 다행한 노릇이다.
이제 '공'은 다시 사추위로 넘어갔다. 여전히 호사가들은 특정인물이 정해졌다니, 특정인물이 배제됐다느니 하고 떠들 것이다. 때로는 이런 '훈수'들이 사추위를 '인물론'의 함정에 빠지게 할 우려도 있다. 시련을 겪은 사추위가 이런 함정에 빠지지 말고, KT 개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후보로 추천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