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실물펀드 빨간불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8.11.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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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ㆍ부동산펀드 등 환매연기ㆍ배당중단 잇따라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실물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 및 해운경기 악화, 소비침체 등으로 실물펀드의 환매 연기, 배당 중단 등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선박펀드인 ‘동북아31호’는 해운업황 악화로 보유 선박을 매각하지 못해 청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선박운용이 지난 2006년 공모로 설립한 이 선박펀드는 3만 톤급 중고 케미칼 탱커선을 보유하고 있다. 공모 규모는 153억원으로 동양종금증권 등에서 모집했다.

당초 이 선박펀드는 보유 선박을 해운업체(SH마린)에 빌려주고 대여료(용선료)를 받아 3개월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한국선박운용이 제시한 배당수익률은 연 7.8%.



하지만 해운업체의 부도와 계약위반, 용선료 급락 등으로 지난 3월 이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선박운용은 지난 4월 ‘동북아31호’ 주주총회를 개최, 보유 선박을 조기 매각해 만기와 상관없이 펀드를 청산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해운업황 악화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동북아31호’ 판매사 한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해운업체가 부도가 난데다 용선 계약까지 위반해 3월 이후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보유 선박을 매각해 조기 청산키로 했지만 선박이 20년 된 중고선인데다 해운업황까지 안 좋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지난 2005년 설정한 '하나UBS세계로선박특별자산2(설정액 81억원)'도 해운업황 악화로 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선박펀드는 모집한 자금을 선박사업자인 알스코(ALSKO)에 빌려주면 알스코는 이를 해운업체에 다시 대여하고 여기서 나오는 대여료를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예상수익률은 연 7.3%였다.


문제는 선박을 대여한 'C&라인'(옛 동남아해운)이 지난 달 10일 선박운항을 전면 중단하면서 임금이 체불되자 선원들이 법원에 선박 압류신청을 낸 것. 현재 하나UBS자산운용은 법률자문 등을 통해 선박 압류를 푸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선박 압류가 풀린다고 해도 해운경기 침체로 선박 대여나 매각을 통한 이익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박펀드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도 건설경기 불황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B웰리안부동산펀드 7호(설정액 724억원)’는 상가에 투자했다가 분양 실패로 환매가 연기됐고, 아파트 개발사업에 투자한 ‘KB웰리안부동산펀드 8호’도 미분양이 화근이 돼 투자자와의 송사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경기침체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자산가치마저 급락하고 있어 실물펀드의 부실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5일 기준 부동산, 특별자산펀드 등 실물펀드의 총 판매액은 20조원에 달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실물펀드의 투자자산에서 잇따라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실물펀드의 부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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